[맛집·멋집] 섬마을·전주진미식당
[맛집·멋집] 섬마을·전주진미식당
  • 김장천기자
  • 승인 2005.11.10 15: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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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도 이제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찬바람이 불어들어 옷깃을 여미게 할 정도로 쌀쌀한 날씨에다 도시 한복판에서 맞는 가을 바람은 삭막한 아스팔트에서 철저히 혼자가 된 듯한 고독감에 빠지는 것 같아 그리 즐겁지만은 않다.

 이때 바람이라도 쏘일 겸해서 울창한 단풍 숲을 찾아 잠깐 외도(?)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곳이 아직껏 원시림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고 굽이굽이 길을 따라 가을 드라이브를 즐기며 찾을 수 있는 ‘무주’라면 그 정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여기에 해발 1천614m의 향적봉을 주산으로 삼은 덕유산을 비롯한 중봉, 덕유평전을 거쳐 무룡산, 삿갓봉, 남덕유에 이르기까지 줄기차게 달린 덕유연봉들을 맞이한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연인 혹은 가족들과 함께 하는 가을 드라이브 길. 이것만으로도 충분하지만 그래도 청정무주에서만 느낄 수 있는 싱그러운 산들바람과 산내음이 어우러진 ‘맛(먹거리)’를 빼놓으면 섭섭하다.

 ‘동지’를 지나 가을의 끝자락으로 접어든 이때 무주지역에서만 맛볼 수 먹거리로는 청정 1급수에서 건져 올린 민물고기로 만든 ‘어죽’과 백두대간의 정기를 모두 담은 수십가지의 나물로 버무려진 ‘산채정식·산채비빔밥’을 권하고 싶다.

 ▲전통 어죽의 맛 ‘섬마을’

 ‘어죽’은 먹을 것 부족하던 시절, 헛헛한 배를 채우기 위해 만들어 먹던 음식이며 바가지에 담아 동네 사람들과 어울리며 정을 나누던 그런 음식이다.

 태생이 그러하듯 그리 특별할 게 없는 요리다. 그저 저수지에서 올린 물고기를 5∼6시간 정도 푹 끓인 다음 체나 삼베에 받혀 뼈는 발라내고 진한 육수만 받아 낸 다음 국수, 수제비, 쌀을 넣고 끓인 게 전부다.

 만드는 법은 물론 재료도 간단하다. 그래도 구수한 그 맛만은 인심 좋은 ‘농심(農心)’만큼이나 담백하면 서도 걸쭉해 먹으면 먹을수록 손이 가는 중독성이 있다.

 농촌 출신에게는 정겨운 고향식이요, 노인이나 환자들에게는 고단백 영양식이요, 이곳을 찾은 관광객에게는 중독성 강한 별식이요, 애주가에게는 해장에는 이만한 게 없다고 할만큼 좋은 속풀이식이다.

 특히 어죽 전문점인 ‘섬마을(대표 백명녀·무주군 무주읍 읍내리)’에서 맛보는 어죽은 그 맛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무주지역 청정 1급수에서 끌어올린 신토불이 물고기만 사용하고 유기농 농산물로 집에서 직접 만든 고추장 된장을 곁들여 비린내는 전혀 없고, 다른 잡고기는 쓰지 않고 오로지 맑고 깨끗한 무주 지역 개울가에서 나는 빠가사리를 중심으로 고아 만든 육수가 진한 맛을 낸다.

 몸에 좋은 갖은 양념 등으로 고유의 얼큰하면서도 시원한 맛을 보탰다.

 (특)어죽 한그릇 6천원. 땀을 흘려가며 어죽 한 그릇을 비우고 나면 정말 올 겨울은 따뜻하고 건강하게 보낼 것 같은 느낌이 온다.

 이 밖에 고동무침(1만원), 메기매운탕(3만원), 쏘가리매운탕(4만원) 등도 골고루 갖추고 색다른 맛을 보려는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연락처 : (063)322-2799)

 ▲산채정식의 명가 '전주진미식당'

 무주구천동은 심산유곡의 일반명사돼 버린 지 오래된 ‘무주구천동’으로 가는 여행길.

 제1경 라제통문에서 시작해 33경 덕유산 향적봉까지 36km에 걸친 기암괴석과 희귀한 동식물이 서식하는 태고의 원시림 사이를 흐르는 맑은 물과 소, 담과 폭포가 관현악을 연출하며 눈과 귀를 사로잡는 즐거운 ‘도시탈출’이다.

 이어 은구암, 청금대, 와룡대, 학소대가 이어져 14경인 수경대 등등.

 그런데 잠깐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던가.

 천년 역사의 숨결을 느끼고 타는 듯한 단풍 구경도 좋지만 뭐니뭐니 해도 먹거리를 빼놓을 수 없다.

 덕유산 줄기자락의 정기를 듬뿍 받은 이름도 열거하기조차 힘든 각종 산나물을 맛볼 수 있는 ‘산채정식’과 ‘산채비빔밥’은 별미중에 별미로 꼽힌다.

 구천동 관광단지 주차장 한자리에서 조용히 탐방객들의 코를 자극하고 있는 ‘전주진미식당(대표 송봉화·무주군 설천면 삼공리)’이 첫눈에 들어온다. 30년째 이곳에서 산채전문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다니 산채의 역사가 바로 이 집의 역사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식탁위로 올라오는 가지각색의 산나물을 보니 군침이 절로 돈다. 고사리, 도토리묵, 참나물, 다래순, 산더덕, 도라지, 표고버섯, 목이버섯 등등 20가지 넘는 산나물이 야생으로 채취된 것으로 산과 소나무 등의 정기가 배어있는 것들이라니 그저 놀랍기만 할뿐이다.

 산채 한가지만으로도 엉덩이가 들썩일 만하지만 토종 된장으로 맛을 한껏 우려낸 된장국과 시원한 동동주를 곁들이면 세상에서 부러울 것이 없을 것만 같다.

 이곳의 주메뉴로는 산더덕백반(1만5천원), 산채정식(1만3천원), 산채비빔밥(6천원), 표고버섯국밥(6천원), 표고덧밥(8천원), 표고버섯전(1만2천원) 등등이 탐방객을 유혹하고 있다.(연락처 : (063)322-3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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