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상산 입구에서 무주 양수발전소와 덕유산 사이를 뚫고 소백산으로 향하는 50리 고갯길이 온통 붉은 숨을 토하고 있다.
국내 산중 대체로 단풍이 늦게 드는 적상산은 10월 중순에서 11월 중순의 한달간이 단풍기간이다. 다른 산에 비해 단풍기간은 다소 짧은 편이지만 곳곳에 산재한 기암괴석이나 하단에 펼쳐지는 갈대숲이 단풍 운치를 더해 추일서정을 물씬 풍기게 하는 곳이 적상산이다.
우뚝우뚝 하늘로 치솟은 침엽수림, 유연하게 흔들리며 바람을 희롱하는 갈대와 어루러져 자아내는 단풍 빛은 신비하리만큼 오묘하다. 적상산은 철마다 독특한 아름다움을 자랑하지만 그 중 가을 단풍이 백미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단풍은 적상산을 물들이고 남덕유산 설천봉, 민주지산 등으로 빠르게 하산한다. 무주 양수발전소의 하부 무주호와 상부의 적상호를 잇어 굽이굽이 절벽 따라 펼쳐지는 단풍 드라이브길, 안북창에서 상부댐에 오르는 길목에 위치한 인공호수를 둘러보다보면 더욱 아름다운 단풍바다를 만날 수 있다.
인적이 적고 조용한 산행을 통해 대자연의 기운을 맛 볼 수 있는 곳. 유구한 역사 동안 수많은 외적의 침입 속에서 역사와 자존심을 지켜온 자부심의 절곡. 전통 순두부와 청국장 등 순박한 먹거리가 현대까지 남아 있는 곳. 이 가을 고요히, 자신의 지친 내면을 관조하고 싶은 도시인을 지친 심신에 대자연의 기를 가득 채울 수 있는 소박한 단풍의 바다로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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