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폐장후 제2의 갈등과 지역발전
방폐장후 제2의 갈등과 지역발전
  • 임용택
  • 승인 2005.11.15 1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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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에서 방폐장 회오리가 지나갔다. 지나갔다고 쉽게 말할지 몰라도 조그마한 시골동내의 일 치고는 너무나 큰 사건이었다. 또한 아직 그 후유증이 남아있으니 마무리도 제대로 되었다고 볼 수도 없으며, 섣부른 이야기로 혼이 날수도 있어 서로 말을 아낀다.

 사실 이 문제는 군산 운명이 완전히 바뀔 수 있었던 대 사건으로, 그러한 변화를 기대했던 시민들의 마음속 청사진과 현재 진행될 앞으로의 군산의 모습은 상상할 수 없는 큰 차이로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군산시민이 미래 후손까지 충분히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정말로 큰 떡이었다는 점, 그것도 다시는 오지 않을 단 한번 기회일 것 같은, 조금만 손 뻗으면 잡을 수 있었다는 아쉬움은 생각할수록 원통하기 그지없고, 일을 그릇 치게 했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이 한없이 밉기도 할 것이다.

 최근 후유증과 관련하여, 예상되었던 몇 가지의 걱정스런 모습들이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른다. 찬성측이나 반대측이나 나름대로의 명분이나 근거 있는 울분, 정의감의 발로를 이해 못하는 것 아니고, 극에 달해 중심마저 잃을 것 같은 애향심을 나무랄 수도 없다.

 그러나 이제는 한 걸음 물러서 이번에 보여주었던 진정한 애향심과 단합된 힘을 우리 지역발전의 원동력화하는 방안을 숙고해야한다. 나의 지금의 행동이 지역의 미래발전을 위해 최선인지를 냉철히 바라보아야 한다.

 이번 사태는 그 용량의 크기만큼이나 군산지역에 미치는 의미도 매우 다양하고 컸다. 먼저 어떠한 정치적 의도 없이 시작되었고 진행된 순수한 시민운동으로서, 무한한 가능성과 힘을 느끼게 하였다. 또한 부안사태와 같은 골 깊은 갈등의 상처를 갖지 않으려는 성숙된 시민의식을 보여 줌으로서,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시민의식의 변화를 이끌어냈으며, 앞으로 많은 도전으로 다가올 끝없을 현안들의 해법을 발견하는 그런대로 좋은 전례도 마련하였다.

 혹자는 리더쉽 부재, 전략의 부재 등을 이야기하기도 하기도 하나, 누가 뭐라 해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였고, 사실 정부의 편파적 편들기나 경주의 누적된 지역침체와 방폐장의 위치상 우위요소 등이 없었다면 월등한 승리이고도 남았을, 기대를 넘는 결과이었다.

 이제 우리 군산 시민들은 방폐장 문제에 대하여 더 이상 아픈 상처를 건드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번 보여주었던 시민의 단합된 힘을 자위하며 머물러 있을 수만도 없다. 이 힘을 다른 차원의 지역발전의 원동력으로 만드는 노력과 변신이 필요할 때이다. 또한 미움이나 갈등을 더 이상 심화시켜 제 2의 대결구도양상으로 만들어나가서도 안 된다. 리더그릅들은 오직 시민과 지역발전만을 위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현상을 되돌아보고, 빨리 이러한 힘이 희석되기 전에 올바른 방향을 정해주어야 한다. 이러한 아픈 과거가 우리에게 어떠한 의미를 갖는가를 분석하고, 또한 의미를 갖도록 모양을 만들어 가야한다.

 이번 보여주었던 시민의 힘을 미래의 지역발전을 위한 원동력으로 삼으려는 노력보다는, 이미 지나가 버린 하나의 해프닝정도로 생각하며 아전인수적 결론으로 단순화시키려는 한두 장의 현수막으로 마무리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최근 시민저반으로부터 나오는 방폐장후의 갈등사태를 염려하는 목소리들이 커지는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며, 현 상태에서 깨끗이 버릴 것과 얻을 것을 구분하여 지혜로운 대처를 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해야 할 일이 많다. 상실감에 시달리는 사람과 감정이 극도로 손상된 시민을 달래주어야 한다. 어느 차원에서든 애쓴 사람들에 대한 칭찬도 해 주어야한다. 경주, 서천 등의 감정문제도 어른스럽게 처리하고, 정부에서 무엇을 얻어낼 것인가를 고민하고, 전략도 짜 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모든 일에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군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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