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과 짝퉁의 관계
명품과 짝퉁의 관계
  • 김용재
  • 승인 2005.11.16 1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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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젊은이들의 패션 감각은 명품 걸치기 경쟁이다. 겉 옷 뿐 아니다. 핸드백과 벨트, 구두, 액세서리 할 것 없이 ‘튀는’ 패션은 곧 자신의 얼굴로 인식하고 있다. 경제가 어려운데 무슨 명품이냐고 할지 모르지만, 젊은이의 감각은 ‘저만치 홀로 서’ 있다. 이러한 명품 열풍은 심지어 고등학교 담을 넘어 가고 말았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어느 고등학생은 1년간 산 명품이 500만원 어치가 넘는다고 한다. K학생은 최근 속칭 ‘신정환 구두’를 새로 마련하였다. 텔레비전에서 가수 신정환이 신고 출연하여 유명해진 구치의 ‘스니커즈’이다. 근 40만원 하는 이 신발을 사려면 한 달 용돈 5만원을 한 푼도 안 쓰고 8개월을 모아야 한다. 그래도 명품을 신고 다닌다는 자신감 하나가 ‘그까짓 것’ 용돈 몇 푼에 견줄 리 없다.

이제는 친구들과 ‘명품 품앗이’까지 나서고 있다. 그 고등학생은 친구들과 계를 조직하고 친구들끼리 돈을 모아 명품 하나를 사고 1-2주씩 서로 돌아가며 신는다. 명품 하나 사기 위해 시간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얘기는 고전적이다. 계를 조직하여 명품을 걸치고, 계원이 일정 기간 이용하고 나면 인터넷을 이용하여 ‘중고 명품 가게’에 내다 판다. 명품 애용의 방법이 조직적이고 협동적으로 변하고 말았다. 사정이 이러하니 상대적으로 ‘짝퉁’의 탄생은 당연한 일이다. 짝퉁도 등급이 있다. 당연 진짜 같은 가짜가 최고의 등급으로 위치한다.

‘짝퉁’이라는 단어는 이 시대의 문화를 대변하는 신종 언어이다. 이 단어는 가짜, 모조품, 이미테이션, 유사품 등의 의미를 지닌 은어이며 이 시대의 유행어이다. ‘가짜’를 ‘짜가’라고 하더니, 그것의 줄임말인 ‘짝’과 어울려 비속적인 의미를 지닌 ‘퉁’과 결합시켜 ‘짝퉁’이 된 것 같다. 우리 사회에서 이 단어는 옷이나 신발 등의 패션에서만 통하는 말이 아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온갖 생활상에서 폭넓게 자리하고 있다. 얼마 전 중국과 김치 파동을 겪을 때도 ‘짝퉁 김치’ 논쟁이 있었고, 시계, 전자제품, 자동차, 컴퓨터 등의 공업제품에서도 명품을 흉내 내는 ‘짝퉁’ 때문에 골머리를 썩은 적이 있었다. 한 때 서울 남대문 시장이나 청계천 전자 상가에 가면 세계의 명품을 값싸게 살 수 있다고 믿었다. 그야말로 외국인들이 우리나라를 ‘짝퉁 천국’으로 부르기까지 했다. 그 명성(?)은 이제 홍콩이나 중국에 밀리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는 짝퉁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짝퉁의 생존법은 간단하다. 그만한 수요가 있으면 된다. 아파트 이름을 바꾸면 평당 가격이 100만원이 오른다는 참으로 희귀한(?) 전설이 버티고 있는 사회이다. 오래 전에 지어진 아파트 외벽에 ‘래미안’, ‘푸르지오’ 이름만 쓰면 갑자기 아파트 값이 3000만 원 이상 오르기까지 했다. 이러한 경향에 편승하여 ‘라미안’,‘푸르지요’ 아파트도 볼 수 있으니, 그야말로 귀여운(?) 짝퉁 아파트이다. 우리들의 마음속에는 명품에 약하고 기가 팍 죽는 연약함이 있는지 참 알 수 없다. 관세청에서 명품을 흉내 낸 짝퉁 물품 찾는 데 온갖 힘을 기울여도 버젓이 짝퉁은 명품의 힘을 얻어 위세를 떨치고 있다. 이러한 짝퉁이 인재 양성 분야까지 전염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수능 시험이 며칠 남지 않았다. 10여년을 공부한 결과가 하루 동안의 지필 고사를 통하여 객관화되고 만다. 수치화된 인재의 측정법이 수험생의 앞날을 가늠하느니만큼 이 시험은 온 국민을 긴장 속으로 몰아간다. 그렇다고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하여 점수만 따면 된다는 얄팍한 ‘짝퉁 인재’를 기다려서는 안 된다.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명품 인재’를 기다려야 한다. 수능 시험은 ‘명품 인재’가 자신을 찾는 과정이지, ‘짝퉁 인재’가 자신의 등급을 매기는 절차가 아니다. 진정한 명품 인재는 자신의 강점을 파악하고 진정한 자아를 찾아 성실하게 이 세상을 살아가는 자이다. 제발 우리의 동량(棟樑)들은 겉과 속이 다르지 않는 진정한 명품 인재가 되었으면 좋겠다.

<전주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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