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화해야 ‘전통’도 빛난다
국제화해야 ‘전통’도 빛난다
  • 서영복
  • 승인 2005.12.07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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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 한때 하늘 길 바닷길까지 덮었다. TV는 눈 더미 이고 있는 지붕들을 비춘다. ‘건곤폐색’ 글귀에 완당 선생의 ‘세한도(歲寒圖)’ 같은 게 떠오른다. 무너져 내린 시설하우스 등이 눈에 밟힐 법도 하다. 얼마 전엔 쌀 시장 개방 국회 비준안이 통과됐다. 줄기세포와 관련하여, 생명의학 연구의 국제기준 문제도 대두하고 있다. 눈 덮여 출입은 뜸해도, 이렇게 나라 안팎의 온갖 걱정들이 우리를 놔주질 않는다.

 문 밖, 마당 밖 문제들

 ‘노자’나 ‘역경’은 ‘문밖 마당 밖 나가지 않아도 세상 돌아가는 걸 알아야’ 한다고 했던가? 자기성찰로 ‘나라 안’을 살펴 ‘나라 사이’ ‘나라 밖’ 문제에 대비해야 하는 우리의 사정은, 그럼에도 여의칠 않다. 무엇보다 안방까지 파고드는 매스컴들은 취재보도 시스템 또는 뉴스 배급원 등의 제약으로 인해, 세계 곳곳의 다기다양한 소식을 전하지 못하고 있다.

 전북도와 각 시군의 국제교류만 해도, ‘늘쩡대고 있다’ 하면 섭섭할까? 대부분의 시군에는 국제교류 담당인력이 1∼2명에 불과하다. 자매결연을 통한 국제교류에도 다변성이 미흡하다. 군산시의 인도·캐나다, 익산시의 덴마크를 제외하면, 모두가 미국·중국·일본에 몰려 있다. 올 실적도 전북지역을 통틀어 10월 말까지 총 42회 500여 명 참가에 불과하다. 각 기관의 국제화 관련 자료축적부터 빈약하다.

 국제교역을 할 만한 유수기업이 지역에 극히 드물다는 사실이 문제이긴 하다. 그래서 사회문화적 국제교류, 특히 관광분야에 치중하는 게 현실이긴 하다. 세계판소리축제 같은 국제행사 개최, 컨벤션센터 설립, 영어마을 조성 같은 인프라 구축에 주로 몰두하는 경향이다.

 전북도와 각 시군 나름대로 유관 정보자료의 수집·분석에 나서보면 어떨까? 해외출장, 소수 인사들의 선진지 시찰, 연락사무소 설치 등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산관학 할 것 없이 폐쇄적 임용으로 해외인재들의 진입이 봉쇄되는 일도 없어야 한다. 끼리끼리 나눠먹고 세상유람하고 진입장벽 쌓는 구태도 줄여가야 한다.

 외국인들에게도, 제도나 생활환경 면에서 살기 편하게 해줘야 한다. 어릴 적 학교교육에서부터, 외국인들을 호의적이고 적극적으로 대하는 연습을 시켜야 한다. 우리에 치우친 관점, 논리, 정서, 용어사용을 스스로 고쳐나가자. 신자유주의의 폐해만 강조할 일도 아니다. 생태파괴나 빈부격차나 인간성 상실 같은 세계화의 그늘에 대한 대비를 국제화와 병행하는 게 중요하다.

 총체적 노력이 필요하다

 ‘전통문화’ 내세우며 우리 것만 지키고 알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없는지, 그래서 자연스럽지 못하고 일회용 관광거리 제공에 그치지는 않는지, 한국 속의 세계문화를 향유케 하고 번성케 하는 데는 인색하지 않은지 살필 일이다. 갈등해소 합의방식과 민주적 절차의 준수, 승복의 문화도 국제수준에 맞춰야 한다. 품질기준과 품질표시, 외국어 표기, 통계, 규제 등의 국제 규격화에도 힘쓸 일이다.

 ‘서해안시대’나 ‘환황해권 시대’는 ‘새만금’, ‘전통문화 중심도시’, 국제행사, 공항개설로 열리지 않는다. 자주성과 정체성을 살리면서도 다각적이고 종합적인 국제화 노력이 절실하다. 전북지역의 각 행정기관·기업·학교·언론·시민사회 등에서 각 부서별 업무나 과제들을 국제화의 관점에서 종합해보고 이를 다시 시책 전반에 단계별로 무르녹였으면 한다. 몇몇 기관, 부서, 사람들만 국제화를 추진할 일이 아니다.

<행정개혁시민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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