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로피 이야기
엔트로피 이야기
  • 승인 2005.12.12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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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이 물에 들어가면 저절로 녹지만 물에 섞인 설탕물이 물과 설탕으로 저절로 분리되는 일은 없으며, 바둑판에 규칙적으로 배열된 흰 돌과 검은 돌을 단숨에 흩트려 버리기는 쉽지만 일단 흩어진 돌들이 어떤 충격에 의해 다시 제자리를 찾게 되리라고는 도저히 기대할 수 없다. 이런 사실은 무엇이든 그대로 방치해두면 규칙성이 없는 무질서 쪽으로 향해가는 경향이 있음을 말한다.

 다시 말하면, 모든 자연현상이나 우주의 엔트로피는 점점 높아진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갖 생명체는 이런 가설과는 반대로 행동을 취한다. 예를 들면, 모든 생명체들은 필요한 것은 흡수하고 불필요한 것은 배설하므로 복잡한 구조로 이루어 나가며 엔트로피를 감소하는 현상을 가진다.

 엔트로피는 무엇보다도 물질계의 열적 상태로부터 정해진 양으로서, 엔트로피 증가의 원리는 분자운동이 확률이 적은 질서 있는 상태로부터 확률이 큰 무질서한 상태로 이동해 가는 자연적 현상으로 해석된다. 다시 말해 분자운동에 개별성이 있는 질서 있는 상태에서 분자운동이 균일해지는 무질서상태로 이동해 가는 것이다. 이들은 어느 경우에나 엔트로피가 증가하지만 그 반대의 과정은 마치 난잡하게 흩어져 있는 실내를 원래의 정연한 상태로 정리하는 것처럼 무질서에서 질서로 옮겨가는 것이며 이 과정은 자발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자연적 상태로서 엔트로피는 증가하기만 한다는 말이다. 위의 설명처럼 역 엔트로피는 자발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면, 모든 물질은 가만히 두면 망가지게 된다는 뜻이 된다.

 무중력 상태이고, 진공인 어느 상자 안에 무수한 입자가 흩어져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보자. 입자들은 서로 제각각으로 운동하고 있고 가끔 부딪히게 된다. 기름이 담긴 병에 물 한 방울을 떨어뜨렸다고 생각해 보자. 물과 기름이 섞이지 않는다는 것은 다시 말해서 물 분자와 기름 분자 사이의 인력이 물 분자끼리의 인력이나 기름 분자끼리 인력보다 약하다는 것이다. 물방울은 기름 표면에 떨어지지만 기름 분자와의 인력이 약하기 때문에 대체로 확산되지 않는다. 물이 밀도가 더 크기 때문에 물 분자들은 물방울을 이룬 채로 가라앉는다. 물방울의 위치 에너지가 운동 에너지로 변하고, 그 운동 에너지 역시 기름과의 마찰 때문에 일부가 열에너지로 바뀌어서 물방울이 공기 중에서보다 더 천천히 가라앉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즉, 엔트로피란 총 에너지 중에서 다른 에너지가 얼마나 열에너지로 많이 바뀌었는가에 대한 척도라고 생각하여도 좋다. 앞서 말한 인력과 중력에 의한 작용은 위치 에너지를 운동 에너지로 전환시켜 주는 것이며, 자발적으로 일어난다. 그리고 이 모든 현상은 엔트로피를 높이는 데에 기여한다. 다른 모든 에너지가 사라지고 나서 열에너지가 어떻게 되는지 생각해 보자. 열에너지는 분자의 진동으로 설명되며, 열은 온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한다. 모든 우주의 분자가 열을 주고받는다는 것을 상정하면 언젠가는 이 우주가 같은 온도가 될 것이라고 예측해 볼 수 있고, 그렇게 된다면 열은 더 이상 일을 하지 않으므로 열에너지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엔트로피를 역전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이상 우주는 언젠가는 멸망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물이 담긴 수조에 잉크 한 방울을 떨어뜨리면 잉크 분자는 물에 확산되겠지만, 확산되고 나서 우연히 잉크 분자 두 개가 다시 모이게 되는 확률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물을 기름에 떨어뜨렸을 때 기름 분자들의 운동이 딱 맞아 떨어져서 물이 한동안 가라앉기를 거부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우주가 열을 잃어버리기 직전에 어떻게 열이 한 곳에 집중하는 일이 생겨서 화학반응이 생기는 바람에 우주의 수명이 얼마간 연장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확률 차이에 의한 것으로, 아무리 확률이 있다고 해도 잉크 분자들이 스스로 잉크 방울을 이뤄서 분리되는 일은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런 경우 미시적으로는 엔트로피가 작아졌다고 볼 수 있지만 거시적인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현상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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