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 마케팅-버리는 것이 얻는 것보다 어렵다
귀족 마케팅-버리는 것이 얻는 것보다 어렵다
  • 임용택
  • 승인 2005.12.13 1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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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를 할 때 마다 한번쯤은 해보는 고민. 창고에 쌓아둔 짐들을 버릴 것인가, 아니면 가지고 갈 것인가. 너무 지나치지 않나 싶을 정도로 과감히 버리고 나서도 으래 이사한 새집의 공간이 부족하여 빼곡히 정리를 하면서, 이것들이 언제 한번 쓰일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가져보기도 한다. 그러나 여전히 새로 이사를 할 때에는 같은 고민은 되풀이된다.

 최근에 컴퓨터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 차라리 몰랐을 때는 괜찮았는데, 사용하지 않으면 뒤처질 것 같고, 어쩔 수 없이 시력을 잃어가며 열심히 사용하다보니 언제 한번 볼지도 모를 무수한 파일들이 쌓인다. 어디에 저장되었는지를 몰라 찾는 시간이 오히려 새로 작업하는 시간보다 더 걸리는 경우도 있다. 메일이 축적되어 용량초과 메시지가 뜰 때마다 스트레스도 함께 싸인다. 어떠한 메일을 저장하고 지워야 하는 지를 시간 내어 정리를 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많은 모임에 관여하게 된다. 정작 나에게 필요한 모임이 어느 것인지에 대한 정돈 없이 상당기간을 흘러가고 시간과 정력이 비효율적으로 소비되어간다.

 이러한 생각에 접할 때면, 떠오르는 말이 있다. “버리는 것이 얻는 것보다 어렵다.” 우리는 얼마나 얻기 위하여 노력하건만, 정작 힘든 것은 버리는 것이다. 필요할 것 같아 쌓아둔 짐이나 파일, 그리고 미련들…….

 현대인은 무수한 선택과 집중의 기로에 선다. 어떠한 것을 선택하여 집중을 해야 할 것인가, 그리고 버려야 할 것인가. 이러한 점에 대한 교훈은 경영학, 특히 마케팅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최근 기업의 거의 활동에는 마케팅이라는 용어가 따라 붙는다. 물론 기업 활동의 모든 종착점이 시장(마켓)이다 보니 시장의 활동인 마케팅이라는 말이 붙을 만도 하다. 세계를 상대로 하는 글로벌마케팅, 스타를 이용한 스타마케팅, 스포츠가 대상이 되는 스포츠마케팅, 아름다운 미소마케팅 등등.

 이중 프레스티지마케팅(Prestige Marketing), 일명 귀족마케팅이라는 것이 있다. 다소 개념의 차이는 있으나 Only-you Marketing과도 통하는 개념이다. 그 내용은 ‘다수의 고객 중에서 자기에게 가장 영향을 많이 주는 상층 5%, 혹은 1%의 고객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마케팅 전략을 말한다. 우리에게 ‘20/80마케팅’이라는 이름으로, ‘전체결과의 80%가 20%의 원인에서 비롯된다.’는 파레토법칙(Pareto Principle)을 무색하게 한 변이종이다.

 20%의 집중 고객에서 더 나아가 상위 5%의 VIP 혹은 최상위 1%의 VVIP(very very important person)개념을 도입하여, 호텔에서는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얼굴을 아는 도어맨부터 지배인까지 극진한 대접을 하며, 백화점에서는 이들만을 위한 특별 전용룸을 설치하여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는 VVIP 고객이 구입하는 양의 전체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뿐만 아니라 그 마진율이 상대적으로 높으며, 경기불황 등으로 부족해진 한정된 마케팅 인력으로 높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 좀 더 타겟층을 좁히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20%의 우수사원이 전체회사매출의 80%를 이끌며, 회사의 핵심 제품 20%가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한다. 내가 주로 가는 식당이나 먹는 음식은 불과 몇 개에 불과하며, 내가 주로 사용하는 단어나 말도 극소수다(지프의 법칙).

 하루의 많은 일과 중, 관련하는 무수한 사람 중, 더 나아가 나의 대부분의 정신세계 중 나의 미래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들은 극히 한정되며, 이러한 부분에 집중하여야 가장 효율적인 최대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러한 현상들이 주는 시사점을 잘 인식하고 활용하면, 한번쯤 우리의 생활을 뒤돌아보는 데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군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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