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여는 소망
새해를 여는 소망
  • 유명숙
  • 승인 2005.12.27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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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새해 새날을 맞는 이맘때쯤이면 사람들은 누구나 작든 크든 자신만의 소망을 가슴속에 새기게 됩니다. 그리고 새해 소망에는 개인적인 것도 있고, 조직이나 단체, 또는 공동체의 것도 있습니다. 또 먼 미래를 내다보며 세우는 비젼도 있고 일상생활의 사소한 다짐이나 계획도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개인적인 것인 바람은 잠시 접고 한국유치원 총연합회라는 생명체가 가지는 소망에 대해 이야기 하려고 한다. 참으로 힘든 아사(餓死)직전에 놓여 있는 현실 속에서도 오직 어린이를 사랑하고, 어린이의 미래를 생각하며 교육하는 것을 보람으로 알고 묵묵히 헌신 봉사해온 우리 사립유치원 원장님들과 선생님들은 지금 무슨 소망을 품고 있을까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교육 가능 연령에 대한 암묵적 합의는 대체로 6-7세 전후였다. 1970년대 후반까지 대다수 국가의 공교육 시작연령은 6세를 전후한 시기였으나, 고육가능연령이 점차 낮아진다는 판단에 따라 오늘날에는 3세를 공교육의 시작점으로 보고 있는 국가가 계속 많아지고 있다. 국가 책임하의 공교육을 3세로 낮게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이미 프랑스와 일본이 앞장서고 있고, 대다수의 OECD 국가들도 이에 보조를 맞추러 애쓰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을 단순히 돈 많은 선진국들의 사치스런 조기교육 확장 정책으로 폄하 하려들면 안된다. 취하전의 3-6세 사이의 방치는 엄청난 교육학적 손실이라는 증거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인간의 두뇌활동을 거울 보듯 들여다 볼 수 있는 의학 장치들이 개발되면서부터 인간의 학습 가능 시기가 3세부터라는 점은 아주 분명해졌다. 그리고 학습활동은 결국 두뇌의 활발한 활동으로 관철된다는 것이 확실해 지면서, 어떤 종류의 경험이 두뇌발달과 학습 성과를 올리는데 좋은지도 많이 밝혀졌다. 3-6세 시기는 창의성 발달, 정서적 안정성(애착) 그리고 사회 도덕적 성향(선악개념, 신뢰심, 자기통제력)의 결정적 시기라는 점이 분명해졌다. 이 결정적 시기란 교육학과 심리학의 전문용어로서 “심리적 특성마다 가장 잘 발달되는 시기가 있는데, 그 시기가 지나면 그 특성의 발달이 매우 어려워진다”는 의미로 쓰인다. 이미 장 피아제도 2-7세에 해당하는 시기를 전 조작기로 명명하고 인간의 일생 중에서 창의성이 폭발적으로 거침없이 나타나는 시기로 보고 있다. 이 시기에 창의성을 조장하는 경험이 넓고 깊게 (wide and deep)하게 되면 창의성이 개발되지만, 만약 잘못 다루게 되면 창의성의 싹이 여지없이 망가져 버리게 된다고 한다. 이탈리아 북부의 레지오 에밀리아 지역이 창의성 개발의 첨단지역이라고 한다면, 우리나라는 어쩌면 그 반대편의 첨단지역이라 할만하다. 사회 도덕적 성향도 마찬가지이다. 정신분석학에서는 인간의 도덕적 성향을 결정하는 초자아(superego)가 6세 이전에 형성된다고 보고 있으며, 인간과 사회생활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감(basic trust)은 오히려 그 보다도 더 일찍 형성된다고 보고 있다. 일하는 젊은 엄마들이 마음 놓고 애 낳아 기를 수 있으며 땅에 떨어진 사립유치원 교사들의 사기가 높아져 유아교육의 질이 향상 될 수 있는 정책이 바로 서야 한다. 이러한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정리 해보면 다가오는 2006년 새해에 우리나라 유치원 교육의 방향과 과제는 어떻게 가야 하는가를 정리할 수 있다. 오늘날 우리 한국사회에서 보이는 사회적 불건전성과 도덕적 피폐의 현상, 그리고 얼마 전 한국 유니세프의 조사 보고서에 나타난 젊은이들의 정서적 공허함의 뿌리는 3-6세 교육에 대한 철저한 무관심에 있는지 모른다. 미국이 지난 35년간 헤드스타트 프로그램으로 3-6세 유아들을 국가적인 차원에서 철저하게 돌보아서 사회적 혁신의 성과를 거두는 동안 우리는 그들을 철저히 돌보지 않아서 뼈아픈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교육학과 심리학의 관점에서 볼 때 3-6세 의 시기는 적어도 창의성과 사회 도덕적 성향의 발달이라는 점에서 최적의 교육 시기라는 것이 분명하며, 따라서 이 시기의 교육적 방치는 전 국민의 창의성과 사회 도덕성의 개발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이 두 특성의 결여가 바로 지금 우리 한국사회가 겪고 있는 최대의 위기가 아닌가 싶다. 교육 문맹자들, 특히 유아교육 문맹자들은 이 엄청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제발 새해에는 모든 교육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유아교육에 투자 해 줄 수 있는 올바른 정책과 예산이 수립되어 어린이가 행복하고, 모든 유아교육자들이 소명감을 잃지 않고 신명나서 일 할 수 있는 풍토가 하루빨리 조성되어지길 간절히 소망 해본다. 일찌기 미국사회에서 선풍을 일으켰고 오랜 기간동안 베스트셀러로 뽑혔던 “내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지혜는 유치원 놀이터 모래성속에 있었다”라는 로버트 폴 검이 쓴 긴 제목의 책 한권을 권해드리면서 새해 인사 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전주 엄마사랑유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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