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타워”
“새만금 타워”
  • 서영복
  • 승인 2005.12.28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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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높이 새만금 타워를 세우겠다고 전북도가 밝혔다. 아직 사업계획은 나오지 않았으나, 관심들은 클 것으로 안다. 필자 역시 “새만금 타워 하나라도, 인류사에 남을 세계적 명물로 계획하자.”고 적은 바 있다. 뜻대로 되는 일 거의 없고 새만금 공사마저 법원판결로 중지되었던 올 초, 1월 20일자 <전북은 지금>이라는 글에서였다.

 세계 최장 방조제에 최고 타워까지 갖춘다는데, 어찌 흥감스럽지 않을 수 있겠는가? 자긍심 회복만이 아니라 관광수입까지 올린다니, 두말해 뭣하랴. 하지만 이내 걱정되고 조심스러워지는 구석들이 적잖은 것도 사실이다. 이모저모 짚어보고 차분하고 치밀하게 준비하고 계획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사전준비가 우선 

 당장 내년 1월 초 계획발표는 너무 이르고 시기적으로도 좋지 않을 듯싶다. 쌀 시장 개방 여파에다 폭설피해도 막심하다. 지방선거 앞두고 정치적으로도 의심 받기 쉽다. 실현가능성에 관한 의문도 있을 수 있다. 서울의 중지도만 해도, 남산보다 높은 타워 짓겠다고 하다 흐지부지되었다. 상암 월드컵 경기장의 ‘천년의 문’도 유야무야 되었다. 면밀한 실행계획 없이 서둘렀던 탓이다.

 재원조달책도 근본적으로 고민해봐야 한다. 국민적 논의도 필요하다. 지역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도내업체들의 투자와 참여도 귀히 여기되, 문호를 열어둬야 한다. 지역에서만 끼리끼리 하는 건 실현가능성이나 사업완성도의 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컨벤션센터를 들인다 해도, ‘국제회의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정부지원 같은 걸 받을 만하지 않은가?

 새만금 마스터플랜과도 어우러져야 한다. 덜컥 건립에 들어가 덩그러니 타워만 만들어 놓은들 뭐 하겠는가? 전망대를 비롯한 문화공간의 배치도, 전체적인 개발과 잘 연계시켜야 한다. ‘타워’로 할 것인지도 숙고해봤으면 한다. 적어도 지난 세기 유행한 타워 형태가 아닌, 새로운 전형을 보여줬으면 한다. 타워로 정해진다면, 명칭이야 공모를 거치면 된다. 문제는 구현방법이고, 그만큼 사전준비가 철저해야 한다.

 목적의식과 기본 ‘컨셉’도 좀더 분명히 하자. 타워든 뭐든, 주요개념을 ‘생명, 평화, 공영[번영]’ 쯤으로 하면 어떨까? 어차피 생태계 파괴라는 대가 위에 사업을 추진하는 거다. 사업 자체를 친환경 개발의 전범으로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 전쟁·테러 반대의 뜻도 담아내자. 각국간 빈부격차의 심화와 국내의 지역간 불균형을 극복하려는, 공동번영을 향한 의지도 싣자. 

규모보다는 디자인 

 규모만으로, 조망 하나로 세계 최고가 될 리 없다. 도민 염원 담고 새만금 역사(役事) 기리는 ‘기념성’을 살리는 건 좋다. 그러나 ‘콘텐츠’와 디자인이 매력적이어야 한다. 스페인의 중소도시 빌바오가 구겐하임 미술관의 아름다움 하나로 관광객을 불러 모은다는 점도 떠올리자. 피라미드 축조도, 레닌시대의 ‘타틀린 탑’ 구상도, 히틀러 시대의 ‘베를린 돔’ 계획도, 마천루 식 경쟁도 21세기 새만금에는 걸맞지 않다.

 국제 설계공모 또한 재검토했으면 한다. 응모자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근래 대형건축 프로젝트 공모심사가 계속 왜곡되는 바람에, 국제공모를 해도 세계적인 호응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니 국내외 세계적인 건축가들을 대상으로 지명설계하면서 명망 있는 심사위원들을 모시는 게 더 낫다는 지적도 있다. 그리 하면, 민자유치도 원활할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행정개혁시민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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