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적 분배방식
수학적 분배방식
  • 김인수
  • 승인 2006.01.08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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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새해 새날이 밝아왔다. 금년 경술년 한해는 우리나라에도 한 차원 높은 세상이 되어 선진국 대영에서 논리가 통하고 좀더 합리적인 우리나라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유감스럽게도 지난해 역시 어김없이 많은 사건과 우리를 놀라게 한 사건들의 연속이었다. 가장 톱뉴스에 오른 황우석의 줄기세포의 파동을 보면서 자연과학계에 종사하는 학자의 한 사람인 저 역시 고개를 들 수 없는 부끄러움이 앞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자들은 연구실의 불을 밝히고 어떻게 하면 좀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미래에는 더 나은 삶의 질을 위하여 노력하고 있으며 미래의 꿈과 소망은 그들에게 있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비약적인 과학의 발달로 인하여 과거에는 생각하지 못한 풍요와 부를 누리고 있음에도 모두들 힘들고 어렵다고 사람들은 왜 아우성일까? 지금보다도 훨씬 힘든 보릿고개에도 어렵게 살았지만, 원망과 불평은 지금보다 덜 하였던 것으로 기억 된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로 설명될 수 있겠지만, 수학자의 눈으로 보면 그것은 지금보다 공정성의 문제에서 더 나은 시대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수천 년 동안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공정한 사회를 만들까에 논쟁을 벌이고 있다. 예를 들면 한 조각의 맛있는 고기를 두 사람에게 공정하게 분배하는 방법을 찾다가 결국에는 두 사람이 합의 하기를 나누는 사람이 늦게 선택한다고 함으로서 분쟁이 끝나듯 말이다. 그런데 현 시점에서 달라진 것이 있다면 우리에게는 수학으로 표현되는 수학적인 구조가 있다는 점이다. 이것이 지금까지의 이데올로기 논쟁에 쐐기를 박은 것이다.

 공정성에 대한 일화는 많이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오래된 유명한 이야기는 솔로몬의 재판일 것이다. 두 아이의 엄마들을 앞에 세우고 살아 있는 아이를 정확하게 반으로 나누어 공정하게 배분하라는 이야기는 수학적 구조가 들어 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또한 욕심 많은 유태인 상인 샤일록의 심장 가까운 곳에서 정확하게 일 파운드를 떼어가라는 재판역시 수학적인 구조보다는 감정적인 오기이다. 그러나 지금의 현대 과학의 세계에서는 이런 발상은 통하지 않는다. 이제는 모든 사람이 갖고 싶어 하는 것을 어떻게 나누어야 가장 합리적일까? 이혼했을 때 살던 주택은 누구에게 돌아갈까? 할머니가 유산으로 남겨놓은 부동산은 어떻게 분배해야 공정할까? 어느 나라가 대륙붕에 매장된 풍부한 광물을 파낼 권리는 있을까?

 이 모든 것들이 당사자들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분배 방식이 있는가? 역사와 판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기득권자들인데 이제는 더 이상 기득권자의 권위로 눌릴 세상이 아니다. 과거의 약자들은 다시 싸움을 벌릴 만큼의 힘을 얻을 때까지 그저 납작하게 엎드려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음이 우리나라 농민 시위에서 이라크의 자살 폭탄 테러에서 우리는 수없이 보아왔다.

 그러나 1994년부터 저 멀리 수평선 위에 희망이 떠올랐다. 몇 몇 정치가들과 수학자들이 여러 세기동안 판사와 교사, 그리고 종교 지도자들이 실패했던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했던 것처럼 보였기l 때문이다. 뉴욕 대학의 스티븐 브람스와 유니언 대학의 수학자인 알란 테일러 등은 정치인들의 연구 용역을 받아 어떤 것이든 시샘없이(envy-free pieces) 공정하게 분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내놓은 것이다. 이 시스템에 따르면, 모든 이해 당사자들이 자신에게 공정한 몫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얻을 뿐만 아니라, 각자 상대편보다 더 나은 것을 얻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브람스와 테일러의 작업은 빙산의 일각이다. 수학자들은 이미 그 표면 밑으로 공정성과 같은 고도의 감정저인 문제에 까지 합리적으로 접근하여 정치 분야 전체를 조금씩 침식해 가고 있으며, 미국과학재단에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800만 달러를 연구비로 지급하였다. 새해에는 우리나라도 공정성의 문제에 관심을 가져 더 행복한 우리들이 되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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