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서동요
② 서동요
  • 이동희
  • 승인 2006.01.23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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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와 신라를 잇는 사랑의 메시지
 善化公主니믄

 ? 그스지 얼어 두고

 맛둥바?

 바? 몰 안고 가다

 

 -서동(薯童)「서동요(薯童謠)」전문

 

 ‘삼국유사’는 무왕조에서 ‘서동요’에 얽힌 이야기를 전한다. 선화공주가 마를 파는 행상 맛둥-서동(백제 제30대 무왕의 아명)과 밤마다 섹스파티를 벌이고 있다는 소문이 아이들 입을 통해서 신라 사람들의 쑥덕공론의 대상이 되고 있으니, 부왕으로서는 도덕성의 확립을 위해서라도 읍참마속(泣斬馬謖)보다 더 쓰라린 심정으로, 혹은 주인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하고 천관녀의 집을 찾아가는 애마(愛馬)의 목을 베던 김유신보다 더 독한 마음으로 단호하게 선화공주를 궁성 밖으로 내쫓고 만다.

 김유신이 자신의 집 앞에서 애마의 목을 베고 돌아갔다는 소식을 들은 천관녀는 원사(怨詞) 한 수를 남기고는 속세를 떠나 출가의 몸이 되었다. 그러나 선화공주는 천관녀처럼 세상을 버릴 수가 없었다. 천관녀가 원사(怨詞) 한 수를 남겼다면, 선화는 서동의 애절한 구애가 담긴 노래 한 곡에 자신을 던졌다. 이것이 천년 전 삼국시대 최대 스캔들 전말이다.

 이 노래를 문자로 전한 일연(一然)스님의 뜻에 주목하면 또 다른 울림을 만날 수 있다. 전쟁의 참화로 인하여 피폐해진 백성들의 성내는 마음[진(瞋)], 국경 전쟁으로 날밤을 지새우는 어리석은 인간들의 탐욕[탐(貪)], 말씨와 사는 곳이 다르다고 해서 나와 똑 같은 사람들을 원수로 보는 어리석음[치(癡)]에 대한 일갈이 바로 그것이다. 일연스님은 노래로 설법을 대신하며, 갈가리 찢긴 민초들의 마음에 서동요라는 서정의 단비를 뿌린 것이다.

 일연스님의 채록 의지에 좇아서 서동요를 다시 불러본다. 철천지원수(徹天之怨?)처럼 여기는 신라 백제가 별종이 아니라 똑 같은 사람이라는 것. 예쁜 여인을 사랑하는 피 끓는 젊은이의 세레나데[상사가(想思歌)]는 국경을 초월하여 전해진다는 것. 피부색이 어떠하든 모든 인류의 피가 붉은 것처럼 사랑하는 마음도 그렇다는 것. 원수네 복수네 곱씹어도 남녀가 만나 사랑으로 하나가 되듯이 모두가 사랑으로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것.

 한 곡조의 노래가 천년의 미움을 녹여내고, 한 구절의 서정가요가 만년의 악감정을 풀어준다. 노래는 그렇다. 그런 노래는 진실도 아름다움으로 풀어내고, 시비도 미학으로 녹여낸다. 수천 년 이래 음주(飮酒) 가무(歌舞)를 즐겼다는 동이족(東夷族)이 그랬으며, 서동요 한 곡조로 절세미인을 아내로 맞이하려 한 백제가 그랬으며, 근거 없는 루머성 노래 한 곡조에 고귀한 딸을 이웃 나라로 시집보낼 수 있었던 신라가 그랬다. 노래는 그렇게 아름답고 진실 된 힘을 지니고 있다.

 저 천년의 가르침 서동요가 들려주는 사랑과 화합의 메시지를 외면하는 우리를 후세 사람들은 어떻게 볼 것인가! 또 다른 일연스님이 있다면, 남북통일도 동서화합도 멀기만 한 이 해괴한 현실을 어찌 볼 것인가? 민족보다 이념 사냥에 눈이 정상배들을 어찌 볼 것인가? 노래를 잊은 또 다른 우리에게 어떤 노래를 가르치실 것인가? 노래를 잊은 민족은 아름다움도 잃고, 아름다움을 외면하는 민족은 진실의 힘도 잃고 만다.

 그래서 사랑과 화합의 메시지를 전하는 노래 한 곡조의 울림이 크고 힘차다. 사람이 존귀하다면 가장 사람다운 행위인 사랑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힘을 가졌다고 전하는 노래 한 곡조의 울림이 깊고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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