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저울질보다 남의 드레질
제 저울질보다 남의 드레질
  • 서영복
  • 승인 2006.01.25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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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리 지키는 사람들을 보고 싶다. 코앞 들이닥친 지방선거 앞두고서도, 맡은 일 책임지고 하루 다르게 행정혁신에 골몰하는 자치단체장들을 보고 싶다. 그럴듯하게 포장하며 끼리끼리 끌어주고 밀어주며 한마디씩 하던 시민사회 인사들까지 내놓고 정치에 줄서거나 또 다른 ‘대선 꿍꿍이’를 품고 있는 터, 최소한 쓰고 있는 감투라도 벗어 던지고 외도에 나서는 지도급 양심만은 보고 싶다.

 그게 어렵다면, 짐짓 선비 풍모 꾸며대던 학자들 이 모임 저 모임 은근짜로 나서는 이즈음, 교수 자리 걸어놓고 떳떳하게 선거운동 뛰어드는 걸, 눈 씻고서라도 보고 싶다. 아니, 이 꼴 저 꼴 다 보이고 혹 불이익 돌아올까 불안해도 묵묵히 중립 지키는 공무원들이나마, 곳곳에서 기어이 보고 싶다. ‘혁신 없는 분권과 자치는 곤란하다’는 얘기들이 계속되고 있는 작금의 현실에서는 더 그렇다.

 지방행정 혁신평가 결과

너도 나도 이처럼 눈 맞추고 눈치 보는 정치의 계절에, 마침 행자부의 ‘지방행정 혁신평가’ 결과가 얼마 전 나왔다. 전국 각 지자체의 혁신수준을 A에서 E까지 5단계로 점수를 매긴 이번 평가에서, 광역 시도 중 전북도는 B등급 평가를 받았다. 시 지역 중에서는 전주가 B등급, 군산·정읍·남원·김제가 C등급, 익산이 D등급에 속했다. 군 지역 중 완주·무주·부안은 B등급, 진안·임실·순창·고창은 C등급, 장수는 D등급으로 분류되었다.

 평가결과에 따라, A등급 받은 지자체가 없는 군 지역에서는, 전북의 무주군이 대통령상과 특별교부세로 얼마만큼의 재정 인센티브를 받게 되었다. 완주가 국무총리상을, 전북도와 전주·부안이 행자부장관상을 차지했다. 광역 시도와 기초 시 그리고 기초 구의 경우에는 모두 영남지역에서 대통령상을 가져갔다. 이 같은 결과를 두고도 무슨 지역 홀대라거나 평가 잘못 때문이라 둘러댈 수 있을까?

 물론 중앙정부의 평가 자체에 대해 일부 자치단체장들이 반대 움직임을 보이긴 했다. 평가가 모든 걸 말해주지도 않거니와, 보완할 점들도 있긴 하다. 그러나 대체적인 결론 또는 경향을 보면 광역단체들이 기초단체들보다, 같은 기초단체에서도 대도시에 있는 구 지역이 일반 시보다, 일반 시가 군 지역보다 아무래도 혁신수준이 나았다고 한다. 혁신 관련 자극과 경험 그리고 인적 구성 면에서 아직은 차이가 난다는 분석이다.

 보완과 반성, 본분 충실을

 어쨌든 평가점수 좋은 단체장은 산지사방 뜨르르 소문내고 선전하고 싶을 게다. 아닌 경우는 숨기거나 애써 무시하고 싶을 거고. 문제는, 얼마나 그 결과를 밝히고 겸허히 반성하면서 더 잘하려 들거나 고쳐나가느냐 하는 데 있다. 지역 단체장의 혁신의지와 소속 공무원들의 인적역량 같은 걸 한층 더 키워가는 게 급선무다. 당선 위해 당장 밖으로 움치고 뛰어야 하는 자치단체장들부터, 어렵지만 실천에 들어가야 한다.

 최후 보루인 공무원들만이라도, 얄팍한 저울질로 어찌어찌 좋은 판 만들고 싶은 유혹 떨쳐버리고 제자리 지킬 때다. 소속 행정기관이나 부서에 대한 남의 평가 또는 드레질이 정치적 행보보다 앞길 가름하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지역개발과 선심대응 못잖게, 행정내부의 혁신에 더욱더 신경 쓰자. 주민들도 이를 철저히 따져, 표 던지고 평가도 하자. 지역경쟁력은 공무원의 혁신노력, 주민의 행정에 대한 관심과 참여에 따라 달라지는 것 아니겠는가?

<행정개혁시민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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