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문화에 끼인 선거문화
명절문화에 끼인 선거문화
  • 김진
  • 승인 2006.01.31 1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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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설을 앞두고 웃자니 웃을 수 없는 기사를 접했다.

 중국의 음력설날인 춘절(春節)를 앞두고 난데없이 성인용 기저귀가 잘 팔린다는 것이다.

 중국도 우리의 명절 때와 마찬가지로 춘절이 되면 귀성으로 전쟁을 치른다.

 이미 지난달 14일부터 시작되어 40일간이나 이어지는 춘절연휴에 귀성과 귀경을 합쳐 20억 명이 대이동을 하다보니 기차 안이 발 디딜 틈조차도 없다는 것이다.

 그러한 난리 북새통 속에서 화장실을 갈 수가 없으니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성인용 기저귀를 찾는다는 것이다.

 지역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꼬박 하루에서 심지어는 열흘 가까이를 기차에서 보내야 한다고 하니 기저귀를 찾는 그들의 고통을 이해할 듯도 싶다.

 우리 역시 명절이면 고속도로를 꽉 메운 차안에 갇혀 난감한 적이 있던 기억들을 챙겨보면 꼭 남의 얘기만은 아니다 싶어 동정이 간다.

 이러한 고생길을 각오하면서도 고향을 찾는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모두가 명절을 반길 수만은 없는 명절문화의 양극화도 날로 더해지는 것 같다.

 일단 인터넷 까페나 블로그들을 찾아보면 의외로 명절이 싫다는 사람들의 모임이 많다.

 그들이 명절을 싫다하는 이유를 보면 작금의 사회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명절자체가 싫은 것이 아니라 경제적인 어려움과 사회전반적인 영향으로 인한 본인의 처지가 명절을 기피하게 되는 것이다.

 예전에는 명절 증후군을 겪어야 하는 주부나 여성들의 기피현상이 주를 이루었는데, 요즘엔 취업난으로 힘들어하는 청년들과 일찍 회사를 떠나 아직 제자리를 잡지 못한 가장들. 그리고 밀린 가게세와 각종대금 독촉에 시달리는 자영업자들이 가세했다.

 또 결혼적령기를 놓친 처녀?총각들에게 명절은 맞선 데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그로인한 스트레스와 고민으로 명절을 싫어한다는 것이다.

 최근 한 연구소에서는 가족이 함께 나누는 명절문화를 만들어 보자는 뜻으로 네 가지의 방법을 제시했는데 상당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첫째, 주부들에게 너무 많은 부담을 안기는 먹는 문화를 바꿔보자.

 둘째, 화투와 TV에 의존하는 놀이문화를 전통적인 가족놀이와 대화로 바꿔보자.

 셋째, 기성세대는 신세대를 받아들이고, 신세대는 연로하신 어른들에게 관심을 가져 세대차를 극복하자. 넷째, 좀 더 유연한 종교관으로 다른 종교의식이나 제례문화를

넉넉히 수용하자는 것이다. 이 시대에 적합한 명절문화의 토대를 만들었지 않나 싶다.

 우리는 현대사회에 살고 있지만 전통문화의 매력을 무시할 수는 없다.

 전통은 과거의 것이 아니다. 현대화된 생활은 전통 위에 새로운 추구를 가미한 것의 연속일 뿐이다. 누군가 명절문화를 이야기할 때 소통을 기초로 한다고 했던 적이 있다.

 전통명절 때가 되면 사람과 사람, 지역과 지역 간에 소통과 교류가 조화롭게 일어난다는 것이다. 명절은 서로 간의 정도 나누지만 직장이 다르고, 사는 지역이 다르고,

연배가 다르고, 음식과 놀이문화가 다른 구성원들 간의 소통과 교류의 장이 된다.

 지금은 거의 모든 나라가 태양력을 사용하기 때문에 음력설이 새해는 아니다. 하지만 음력설은 전통문화를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문화적인 큰 명절이다.

 그러한 큰 명절을 두고 5.31지방선거를 겨냥한 모든 정치권과 정치지망생들은 민심잡기에 여념이 없었다고 한다. 고향주민들이 모이는 이번 설날이 자신들을 알리는 최대의 기회였을 것이다. 정치에 몸을 담군 사람들에게는 그저 명절문화도 선거의 일부분 일 뿐이다.

 작년에도 그리고 그 앞의 해에도 새해와 설날은 있었지만, 올해는 유독 저명한 분들의 문자메시지나 안부인사가 많았다고들 한다. 선거를 앞둔 얄팍함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변화하는 세상의 새로운 ‘트렌드’거니 싶기도 하다. 다만, 표심을 향한 그러한 노력만큼만이라도 참된 능력과 바른 인격 함양에 힘써준다면 전북의 미래를 그들에게 기대해도 좋겠다는 야무진 바람을 가져 본다.

<경희대 무역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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