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대보름
정월대보름
  • 송영석기자
  • 승인 2006.02.09 1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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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 번 깨물지 말고 한 번에 깨무는 것이 좋으며, 대개 자기 나이 수대로 깨문다는 부럼. 일곱 살 난 손자 녀석은 고소한 호두와 밤을 더 먹고 싶은지 연세가 70인 할아버지의 손에 쥐고 있는 부럼과 용안만 뚫어져라 바라보는 모습, 대청마루의 진풍경이다.

 우리 민족의 밝은 웃음을 닮은 풍요로운 명절 ‘정월 대보름’. 예부터 다채로운 민속이 전해지고 있는 이즈음에는 전통문화를 사랑하는 전주야말로 그 진가를 발휘할 만한 각양각색의 세시풍속 행사들이 펼쳐지기 때문인지 시끌벅적하다.

 정월(正月)은 한 해를 처음 시작하는 달로서 그 해를 설계하고, 일년의 운세를 점쳐보는 달이다. 또한 정월은 사람과 신,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하나로 화합하고 한해 동안 이루어야 할 일을 계획하고 기원하며 점쳐보는 달이다. 정월 중에서도 음력 1월 15일은 대보름. 도가에서 이 날은 천상(天上)의 선관(仙官)이 인간의 선악을 살핀다고 하는데, 그때를 ‘원(元)’이라고 한다. 농경을 기본으로 해온 우리 문화에서 대보름은 달과 깊은 관련을 맺는다.

 달은 생생력(生生力)을 바탕으로 한 풍요로움의 상징. 음양사상(陰陽思想)에 의하면 태양을 ‘양(陽)’이라 하여 남성으로 인격화되고, 이에 반해 달은 ‘음(陰)’ 이라 하여 여성으로 인격화된다. 따라서 달의 상징적 구조를 풀어 보면 달-여신-대지로 표상되며, 여신은 만물을 낳는 지모신(地母神)으로서 출산력을 가진다.

 물론 예나 지금이나 대보름의 모든 시간과 공간 속에는 한해의 평안과 건승을 기원하는 벽사진경(僻邪進慶)의 뜻이 담겨있다. 땅과 달을 여성으로 여긴 농경사회의 생산력에 대한 기원을 비춰볼 때 대보름날 먹는 음식, 놀이, 의례, 예술 한번 깊이 있게 살펴볼 일이다.

 넉넉한 인심 한번 그만인 민족이어서 인지 몰라도 그 마음 닮은 가장 큰 달이 하늘위에 두둥실 뜨니 님도 좋고, 나도 좋고, 사악한 기운 물리치며 경사스런 일이 가득 생길 것만 같은 날이다.

 유난히 눈이 많았던 지난 겨울덕분에 올 여름은 아주 더울 것이라는데…. 음력 1월 15일 아침 해가 뜨기 전에 일어나 동네사람을 만나거나 혹은 전화 통화를 하게 된다면, 상대방의 이름을 나긋하게 불러보자.

 만약 상대방이 대답하면 재빨리 목소리 톤을 바꿔 “내 더위 사가게”라고 일침을 가하는 센스. 다른 사람이 대답을 하지 않고 도리어 “내 더위 먼저 사가게”라 응수하면 올 여름 더위는 스스로 막아야 할 팔자임을 알고, 화통하게 웃으면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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