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악산-우려되는 기부문화
모악산-우려되는 기부문화
  • 이상윤 기자
  • 승인 2006.02.09 16: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삼성그룹 총수 일가의 8천억원 상당의 재산을 사회에 헌납한다는 기사와 50억원을 기부했던 김밥할머니의 뜻을 기리던 건물 이름을 바뀌려 해 물의를 빚고 있다는 흥미로운 기사가 눈에 띄었다. 재벌기업총수 일가의 이번 재산 헌납은 국내 최대규모의 헌납금액일 뿐아니라 사회에 환원하는 재산의 운영주체도 사회에 맡김으로써 기업 기부문화에 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된다.

 ▼그러면서도 회사와 그룹 사주 일가가 불법대선 자금 제공, 편법상속, 안기부 X파일 파문에 휩싸여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데 대해 국민에게 사과의 표시로 헌납한다는 기부이유는 선뜻 반가움을 나타내기에 무엇인가 서먹한 점이 없지는 않다.

 ▼삼성측이 시민단체와 국민의 뜻을 받들었다거나 법으로 따지기보다 국민정서를 고려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등의 대목은 묘한 여운을 남기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1990년도에 평생 김밥을 팔아 모은 50억원 상당의 재산을 충남대에 기증했던 고 이복순할머니의 거룩한 뜻을 기리려고 그녀의 법명을 따 지은 정심화국제문화회관이름에서 그녀의 법명을 빼고 개명한다는 대학측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당시 공모를 거쳐서까지 지었던 이름을 바꾸려는 이유로 거액을 기부한 사람과 형평을 맞추기 위해서라든가, 또는 불교신자인 기부자의 불교 법명이어서 다른 종교를 믿는 학교 고위인사들이 마땅치않게 여기고 있기 때문이라는 등의 소문이 있다고 한다. 확인된 바는 없으나 어찌되었든 공모까지 해서 붙인 이름을 세월이 지났다고 해서 마구 바꿔버린다는 것은 기부자의 참뜻을 저버리는 것이다.

 ▼김밥할머니의 50억 원의 기부금액은 재벌기업의 수천억 원과 비교할 수 없는 것이다. 국민에게 사과 차원에서 사회에 재산을 헌납하거나 여론에 밀려서 기부를 했건, 기부금을 사회를 위해서 어떻게 값지고 뜻있게 사용하느냐가 중요하다. 기부문화가 훼손돼서는 안 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