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레정신
두레정신
  • 전성군
  • 승인 2006.02.12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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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의 놀이문화를 보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내가 어릴 적 유일한 놀이기구는 자연 뿐이었다. 그야말로 자연을 대상으로, 자연의 일부가 되어 놀았다. 정말 그때에는 똘똘 뭉쳐 다니면서 놀아야 재미가 있었고 풍성한 성과도 올릴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일종의 공동체의식이었다.

 또 어른들의 공동체의식으로 대표적인 것이 두레였다.

 두레는 마을단위로 구성된 조직으로 농사나 마을제사에 관련된 것을 서로 협력하기 위한 마을조직이었다. 두레의 회원은 장정들이었고, 품앗이처럼 여성이나 아이들은 농사일에 대한 능력이 떨어지므로 두레회원이 될 수가 없었다. 이 조직은 주로 농사일 중에 커다란 일거리들, 즉 이앙이나 제초, 수확처럼 노동력이 많이 필요할 때 조직이 되었다.

 하지만 요즘은 두레를 찾아 볼 수가 없다. 공업화 산업화 도시화를 향해 앞만 보고 질주하는 사이 두레 같은 미풍양속이 자연스럽게 밀려났다. 그러다보니 농촌사회의 공동화와 노령화 수준은 더욱 가속화 되었고 산업간 지역간 불균형은 갈수록 커져만 가고 있다.

 특히 요즘 농촌의 노동력은 소도시 주부들의 노동조직이 많다. 굳이 두레의 모습을 이 소도시 주부들의 노동조직과 연관시키려 해도 두레가 돈을 목적이 아닌 노동력 절감 차원이지만. 소도시주부조직은 노동의 대가를 위한 조직이기에 상부상조라는 전통적인 두레와의 취지에는 어긋난다.

 아울러 아이들의 놀이문화도 문명화라는 미명하에 무섭게 변하였다. 입시 경쟁 때문에 아이들은 학교 수업과 과외 수업에만 매달리게 되었고, 여가 시간이 생기면 컴퓨터 오락을 주로 하게 되었다. 따라서 아이들은 개인적인 생활만을 주로 하고 친구들과 어울려 지낼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어졌다.

 그 결과 아이들은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사고를 지니게 되었고 아이들 특유의 애들다움을 상실하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자연과의 친화성이 사라지고 서구적 사상이 의식에 자리 잡아 자연과 멀어져가는 현상마저 나타나게 되었다.

 물론 어느 한쪽의 비교우위를 설명할 생각은 없다. 왜냐하면 모든 일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기 마련이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 세상 모든 유.무형의 것들 또한 변할 수밖에 없으며, 그 시대의 변화에 따라 우리들 각자의 삶의 양식도 그만큼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서로 돕고 사는 두레정신과 전통놀이와의 친화만은 지속되어야한다는 생각이다. 이는 단결성, 협동성, 자연의 중요성 등을 가르쳐 주는 더없는 선생님이기 때문이다. 두레정신과 전통놀이는 일반적인 컴퓨터 게임과 달리 자신 혼자만의 실력은 승부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게임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의 단결성이 가장 중요하게 작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거기에서 공동체의 중요성을 느끼게 되고 그럼으로써 현대 아이들의 커다란 문제 중에 하나인 이기적이고 개인주의적인 성향을 고칠 수 있다.

 따라서 두레정신과 전통놀이를 이어갈 수 있는 토대마련이 시급하다. 이중 하나가 농촌어메니티 증진이다. 도로와 교통수단이 발달하고 통신과 인터넷의 급속한 성장, 그리고 주 5일제 및 지자체의 운영의 성공적 정착은 향후 우리 농촌이 발전하고 부가가치를 무한히 증진할 수 있는 기회이다.

 이러한 어메니티(Amenity: 쾌적한 환경, 매력 있는 환경, 편안한 환경)조성으로 사람들이 붐벼야만 두레정신과 전통놀이가 부활될 것이다. 만일 농촌이 포기되면 350만 농업인의 생존이 벼랑 끝으로 내몰릴 것이고 식량안보는 크게 위협받게 될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먹어야 산다. 농촌은 우리가 지켜야할 곳간이다.

 균형추를 잃어버린 비교우위론과 삶의 질을 망각한 국제경쟁력 우선론은 이런 시대적 요청을 무시하고 있다. 논과 밭이 뭉텅뭉텅 사라지는 대신에 공장과 아파트가 곳곳에서 제멋대로 들어서고 있다. 논과 밭의 생태적 기능이 삽시간에 사라지면서 생태위기가 더욱 더 심화될 수밖에 없다.

 이제 어떤 형태로든 농업인의 장래를 국가가 보장한다는 신임을 농업인들로부터 얻어내야 한다. 이 신뢰관계의 핵심 고리는 친환경농업과 농촌의 어메니티가 되어야 한다. 농촌 마을은 마을대로 당당하게 자연생태 환경을 자산으로 삼아 도시샐러리맨들과 똑같이 맞장을 뜰 수 있어야 한다.

<농협중앙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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