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이론
혼돈이론
  • 김인수
  • 승인 2006.02.12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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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클 크라이튼이 만든 화제의 소설 ‘쥬라기 공원(Jurassic Park)’은 스필버그 감독에 의해 영화로 상영된 적이 있다. 영화 쥬라기 공원은 흥행 성적이 대단하여 영화에 투자된 돈은 1억불이었는데 수입은 10억불이 넘었다. 아무리 공장을 돌려 돈벌이를 한다 해도 이런 엄청난 흑자를 낼 수는 없을 것이다.

 그 영화의 내용 속에는 자연과학의 기본이 되는 수학자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 매우 흥미롭다. 사업가 존 해몬드(리차드 어텐보르 분장)는 코스타리카 서해안 한 섬에다 공룡들의 공원을 세운다. 그는 화석에 갇힌 모기의 피에서 공룡의 DNA를 채취해 개구리의 유전자를 결합시키는 방법으로 6천5백만 전의 공룡을 재현시킨다. 한편, 공원의 인부하나가 공룡을 운반하다 죽는 사고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쥬라기 공원의 안정성이 문제되어 투자가들은 전문가의 안정성 확인을 요구하게 된다. 이에 따라 공룡학자인 그랜트 박사(셈 닐 분장), 고식물학자인 엘리박사(로라 던 분장), 그리고 카오스 이론의 연구가인 수학자 말콤(제프 골드블룸 분장)이 등장한다. 원래 수학자들은 괴팍하다고 알려졌는데, 그는 수학자 가운데서도 유별나게 개성적인 소유자로 묘사되어 있다. 그는 공룡은 재생시켜서 공원 속에 가두고 철저히 관리하여 큰 돈을 벌려는 배부른 사업자에게 말하기를 “인간이 아무리 철저하게 공룡을 관리하려 한다 해도 자연에 내포된 예측 불가능성 현상을 관리할 수는 없다”라고 예견한다. 그는 멸종한 공룡을 되살려 자연을 통제하려는 인간의 의도가 헛된 것임을 혼돈이론을 이용하여 설명하고 있다. 다양한 변수 때문에 미래의 사건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을 설명하는 이론이다. 이것은 비선형 수학에 근간이 되는 수학에 근거를 두고 있는 그간 수학자들이 일궈내고 파생한 많은 이론 중에 하나이다.

 인간이 아무리 노력해도 사소한 오차는 생길 수밖에 없고 자연세계에서는 사소한 오차가 후에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다는 이른바 나비효과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경고한 것이다. 과거의 과학은 ‘일정한 입력 자료가 결정되어 있다면 항상 일정한 결과가 나온다’ 는 이른바 결정론적 법칙이 근본적인 신념이었다. 이 사상에 의하면, 사소한 차이로 생기는 결과는 무시할 수 있을 정도의 차이밖에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어서 사소한 오차는 무시해도 괜찮다고 과학자들 자신도 믿어왔다. 그런데 영화속에 나오는 수학자 말콤은 이와 같이 단순한 결정론적 신념을 가지고 있는 사업가에게 더 이상 ‘그럴 수 없음’을 설명하고 엄중한 경고를 내린다. 소설 쥬라기 공원의 주제는 바로 수학자 말콤의 생각이 실제임을 보여주고 있다.

 오늘날은 과학마저도 상대성의 이론이 적용되어 영원히 변치 않는 원리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현재의 장(fields)이 무엇인가에 따라 법칙이 달라질 뿐이다. 이미 19세기 버트란트 럿셀은 그의 패러독스에서 확실성이라는 파랑새는 이미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혔고, 그의 이론이 나온 후에는 논리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가 무너져 버렸다. 그는 논리에 대한 규칙을 충실히 지키면 결과적으로 모순에 빠지게 된다는 예를 이미 제시했다. 럿셀은 이러한 패러독스가 일어나는 원인을 논리 자체에 결함 때문이라고 보았으나, 그보다는 오히려 논리의 혼돈이론을 설명 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혼돈이론의 키워드는 여러 가지로 설명될 수 있지만, 예를 들면, 모든 생물이 죽으면 부패한다. 이것은 유기체로 구성된 규칙적인 구조가 무너짐을 의미하며, 질서로부터 무질서로 변화되는 하나의 과정이다. 그런데 무너진 규칙은 다시 또 하나의 새로운 유기체로의 시작을 의미하며 이것 또한 부패된 곳에서 새로운 생물로의 탄생을 의미하는 과정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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