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을 앞둔 K군에
졸업을 앞둔 K군에
  • 최형재
  • 승인 2006.02.20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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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대부분의 대학들이 졸업식을 갖게 되지. 이미 지난해 12월 학기말 시험이 끝나면서 졸업을 한 것이나 다름없지만, 그래도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하네.

 K군 자네를 처음 만난 것은 시민단체 사무실이었지. ‘사회봉사’ 과목을 수료하기 위해 시민운동연합 사무실을 찾아, 봉사활동에 나서면서 우리가 인연을 맺게 되었지. 그 때만 해도 대학 2학년의 청년으로 취업에 대한 걱정이 지금보다는 적었지. 도리어, 사회봉사 활동을 하면서 우리 사회가 여전히 실력보다는 학력이 우선하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함을 비판했었지. 심지어 지방대학 출신은 면접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는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울분을 토하기도 했지.

 그런데 이제 이런 이야기들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K군과 같은 졸업생 특히 지방대를 졸업한 학생들에게는 멍에처럼 남게 되었다니 답답한 마음뿐이네.

 그동안 우리 지방대 출신은 차별을 감수하면서도 서울로 취직자리를 찾아 떠난 사람이 많았지. 나의 친구들도 지금 전주나 전북에서 취업한 사람보다는 서울과 수도권에서 일하는 사람이 더 많다네. 이들 모두 다 깨끗한 환경과 좋은 음식, 서울과는 비교할 수 없는 좋은 교통 환경은 물론이고, 부모님이 계신 고향을 등지며 취업을 위해 멀리멀리 떠났지. 그리고 이들은 추석과 설 명절이며 지긋지긋한 교통정체를 명절맞이 통과의례로 생각하고 고향을 찾았지. 사실, 이렇게라도 자리를 잡은 친구들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삶의 고단함이야 더욱 크겠지.

 K군, 정치하는 사람들이 수도권 과밀을 해소하고, 지방에도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쉼 없이 주장한 것을 알고 있지. 우리 지역도 이런 무리의 정치인들이 벌써 30년간 자신만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지. 그런데 사실 K군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나는, 이런 주장만 있었지 실제로 청년 실업과 서민들의 경제 활성화를 위해 이들이 무슨 일을 했는지 잘 모르겠네. 어쩌면 그들은 지역의 낙후와 소외를 지렛대 삼아 정치적 영화를 누리는데 만 열중하지 않았는지 묻고 싶은 심정이네. 모든 정치인들 싸잡아 비난할 수 없겠지만, 적어도 우리 고장의 지나온 역사를 보자면 이런 울분이 불쑥불쑥 나타나는 것이 사실이네.

 K군 나는 ‘청년이 떠난 도시 미래가 없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네. 저 출산으로 자연스러운 인구증가도 불가능한 상황에서, 대학을 나온 젊은 청년들이 지역을 등진다면 과연 그 지역에 어떤 희망이 있겠는가.

 여기저기서 이런 현상을 파악하고,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기업을 유치하고 있네. 그러나 잘 알지 않는가. 고용 없는 성장시대라는 것을. 많은 기업이 유치되었다고 하지만, 취직이 되었다는 사람은 드물지 않는가.

 그래서 말이네. K군 기업유치를 위해서는 먼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작업과 기업과 지역사회가 상호 신뢰할 수 있도록 사회적 신뢰를 쌓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보네. 또한 이미 유행이 지난 기업이 아니라, 첨단산업분야, R&D분야가 우선 유치되어야 하고, 사회적 일자리 창출에도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네.

 경제학자들의 말에 의하면 지역사회를 위한 문화, 복지, 노인, 장애인, 환경, 도시관리 등에 수많은 인력수요가 있다고 하네. 존경받는 기업가인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은 사회적 일자리 창출과 일자리 나누기로 실업문제를 상당히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시네.

 졸업을 앞둔 K군에게 희망을 줄 일자리가 많아지는 전주를 희망해 보며, 졸업 축하가 어색할 정도로 힘든 지금의 상황을 이기기 위해 함께 노력하세.

<시민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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