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의 전망
사법개혁의 전망
  • 진봉헌
  • 승인 2006.03.14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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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동안 추진되어 왔던 사법개혁의 노력이 이제는 결실을 맺을 막바지 단계에 와 있다.

그동안 우리의 사법제도는 유아시절에 입은 옷을 성인이 되어서도 입고 있는 형상이었다. 해방직후의 혼란과 전쟁의 와중에서 제정된 우리의 소송제도는 일제시대의 의용법률을 대본으로 하면서 전후의 일본 법을 참고로 하였는데 당시의 우리 경제규모나 국민의식 수준등이 반영된 과도기적인 법이었다.

 따라서 경제의 고도성장, 민주적인 정치, 인권의식의 향상으로 한국사회가 질적으로 변화하자 이에 걸맞는 사법제도를 만들자는 논의가 끊임없이 제기되었다.그러나 역대 정권마다 아무런 성과도 남기지 못한 채 용두사미가 되고 말았다.

 다행히 현 정부 출범후 대법원장 자문 사법개혁위원회와 그 후속추진기구인 대통령 자문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에서 법원, 검찰, 변호사 뿐 만아니라. 학계, 시민단체, 경영계, 노동계 등이 참여한 가운데 치열한 토론을 거쳐 직역의 이해관계를 넘어선 국민의 관점에서 사법제도개혁방안이 만들어졌다.

 위 개혁안의 핵심은 국민의 사법참여제이다. 이제까지는 사법의 주체는 직업 법관이고, 국민은 재판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앞으로 이 제도가 도입되면, 비록 일부 형사재판에 한정되고, 2007년부터 2011년까지는 시범적으로 운영되지만, 평범한 시민이 형사 사건의 유·무죄 판정과 양형에 참여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결국 재판도 국민이 하거나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법관이 한다는 민주적 정당성이 확보된다.

 두 번째 큰 변화는 국민의 사법참여제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형사재판제도의 대대적인 혁신이다. 형사재판에 현출되는 모든 증거들이 공판정에서 배심원들에게 직접 보여져야 하기 때문에 종전의 조서중심의 재판제도는 더 이상 존립할 여지가 없다. 이와 함께 인권침해 우려가 가장 높았던 수사과정이 철저하게 피의자의 인권이 보장되도록 탈바꿈하게 된다. 그동안 수사기관이 작성하는 조서에 대한 적법절차적 통제가 부실한 가운데 재판실무는 위 조서에 과도하게 의존하여 왔기 때문에 조서재판이라고 혹평을 받아왔다. 그러나 앞으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변호사가 입회하거나 그에 상응할 만큼 진술의 임의성과 신빙성이 인정되는 정황이 보장되지 않으면 수사기관이 작성한 조서의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세 번째의 큰 변화는 법조 일원화와 법조인 선발·양성제도의 변경이다. 대법원은 2005. 3. 21. 2006년에 5년이상 활동한 변호사들로부터 20명의 법관을 선발하기 시작하여 2012년에는 신규임용의 50%를 5년이상 활동한 변호사들로부터 충원하기로 확정함으로써 법조일원화는 일정에 따라 차분하게 진행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모든 법관이 5년 이상 변호사, 검사, 기타 영역에서 법률가로서 종사한 경험이 있는 사람 중에서 임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소위 로스쿨이라고 부르는 법학전문대학원이 새롭게 도입된다. 로스쿨이 도입되면 다양한 전공의 학부 졸업자가 법조인으로 진출함에 따라 법조인 내부구성이 다양화되어 복잡하고 다양해진 현대사회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게 된다.

 그밖에도 국선변호제도 개선, 인신구속제도 개선 국군사법개혁법안, 고등법원 상고부 도입방안 등을 비롯한 많은 법안이 정부 법안으로 국회에 제출되어 있다.

 이러한 법안들이 국회를 통과하여 시행된다면 사법의 민주적 정당성이 강화되고, 수사과정에서 철저하게 인권이 보장되며, 보다 경험있고 경쟁력있는 법조인이 양성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국회는 작년 정기국회에서는 사학법 개정 파동을 겪으면서 로스쿨 법안을 교육위원회에서 심사하지 못하였고, 올 2월 임시국회에서도 대부분의 법안에 대하여 법사위원회에서 상정조차 하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매우 우려가 되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 두 차례나 사법개혁노력이 무산된 쓰라린 아픔이 있기에 심히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국회는 사법개혁이야말로 시대가 요구하는 가장 시급한 개혁과제임을 인식하고 사법개혁 관련법안들을 조속히 처리해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만일 앞으로의 정치일정, 즉 지방선거, 법사위원회 등 상임위원교체, 대통령 선거 등을 이유로 위 법안들이 무산된다면, 국민들은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전주지방변호사회장,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민간실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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