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장례문화, 수목장(樹木葬)
이런 장례문화, 수목장(樹木葬)
  • 이원희
  • 승인 2006.03.16 14: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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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생리학자는 말한다.

 사람은 나서 낳고 죽는 존재라고. 참으로 간단한 정리다. 하지만 이 과정에는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사연과 인연들로 채워져 있다. 그래서 삶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태어나서 2세를 낳고 죽어가는 게 인간의 운명이라면 죽음은 삶의 종결에 불과하다. 죽음은 모든 생의 마감이다. 죽음으로써 인간은 제로베이스 상태로 간다. 그러나 산 자는 죽은 자를 그렇게 단정 짓지 않는다.

 상례와 장례문화는 바로 그 대표적인 증거가 된다. 상례가 시신을 처리하는 일 뿐만 아니라 죽은 사람의 영혼을 처리하는 과정, 죽은 사람과 관계가 있었던 살아있는 사람이 시신의 처리과정 전후에 치르는 하나의 연속된 절차라면 장례는 단순히 시신을 처리하는 과정만을 말한다.

 어찌됐든, 죽음에 대한 산 자들의 태도는 상례나 장례 과정에서 반영될 수밖에 없다. 우리의 장례문화는 시신을 땅에 묻거나, 불에 태워 처리하는 매장과 화장이다. 이외에도 나뭇가지나 풀밭위에 시신을 바람으로 썩히는 풍장이나, 물 속에 버리는 수장, 돌 등으로 묻는 방식도 있다.

 이런 다양한 장례방식은 사회적 관습이나 종교적 배경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한국인에게 깊이 인식되어온 장례방식은 매장이다. 그러다 보니 전국 산야에 묘지 투성이다.

 삼천리 금수강산이 아니라, 삼천리 적막강산이다. 이러한 추세로 가면 전국토가 무덤화될 날이 머지 않다. 한 러서치 기관에서 장묘문화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다. 조사 결과 현 장묘문화에 대해 84.9%가 심각하다고 답변했다. ?봉분으로 채워지는 국토에 대한 우려다. 이런 결과 선호하는 장례방법으로 화장이 매장보다 앞서 이전과는 변화된 의식을 보여줬다.

 몇 년 전 모 그룹 총수의 유언에 따라 유족들이 화장으로 한 후로 화장 유언 운동이 시민단체와 종교계 등 사회적으로 확산되었다.

 국토를 더 이상 무덤화시키지 말자는 것이다. 그러나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 전래의 전통의식 가운데 하나인 매장방식을 거부하는 것은 우리의 전통문화를 부정하는 일이며, 산 자처럼 온전한 모습으로 영결해 내세에도 온전한 삶을 기원하는 우리의 뿌리 깊은 영생주의관이다.

 묘지나 납골당에 안치된 고인의 흔적을 정성껏 살피는 까닭은 그곳이 고인의 영혼이 깃든 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면에서 본다면, 굳이 묘지나 납골당이 아니라 주검의 흔적을 어느 특정한 나무에 뿌리는 방식도 고려할 봄직하다. 이른바 수목장(樹木葬)이다.

 수목장으로 할 경우, 고인의 의미도 새기고 나무를 돌보면서 자연도 관리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또한 내가 죽어 생명에 거름이 되는 일은 결국 순환론적 세계관, 영생주의라는 우리의 뿌리 깊은 의식에 닿아 있기도 하다. 우리도 언젠가는 지상을 떠나 죽음을 맞는다. 그렇다면 죽음을 기억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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