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수의 시네 리뷰> '택시 블루스'를 보고
<장병수의 시네 리뷰> '택시 블루스'를 보고
  • 장병수
  • 승인 2006.03.21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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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민영화제 개막작
택시를 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공통점이 택시기사님들이야말로 세상을 정확하게 읽어 가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할 것이다. 그래서 어느 사회 평론가는 정치를 하려면 먼저 택시기사를 1년쯤 해보라고 권유하기도 한다.

 이제 영화감독을 하려면 택시운전을 먼저 해야 할 것 같다. 어제 “성장통”이란 주제하에서 전주시민영화제 2006이 최하동하 감독의 ‘택시 블루스’라는 개막작을 시작으로 6일간의 시민영화축제가 펼처진다.

 개막작으로 상영된 ‘택시 블루스’는 감독 자신이 2년여 동안 직접 택시 운전을 하면서 택시 안쪽 세상과 바깥 세상을 가감없이 카메라에 담았다.

 감독은 다양한 앵글과 여러 유형의 집단들을 앵글에 담기 위해 승객들의 동의를 구하는 것부터 카메라 설치, 조명, 녹음 등등 수 많은 어려움에 직면했을 것이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감독은 서울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도시적인 삶과 종속당한 일상의 풍경들을 리얼리티하게 충실히 담아냈다. 이래서 카메라에는 별별 이야기가 차곡차곡 담겨 나간다.

 사창가의 애인을 둔 남자의 넋두리, 처제와 형부와의 섹스에 관한 농담, 일방적으로 당하는 여인의 애처로움 등등 사적인 치부들을 택시 안에서는 거리낌 없이 풀어놓는다.

 간혹 등장하는 집 잃은 고양이의 두 눈은 서울 하늘아래에서 산다는 것이 얼마나 고된지 잘 보여 주고 있다. 영상처리에 있어서 감독은 서울의 많은 부분을 표현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이며, 때론 빠른 편집과 스틸화면, 흑백화면 등을 적절하게 편집하여 지루함을 달래고, 시간의 흐름을 라디오의 프로그램에 의존하는 등 다양한 실험적인 요소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금년도 개막작인 ‘택시 블루스’는 성장을 위한 큰 걸음을 내딛어야하는 전북의 작가주의 영화인들에게 매우 적절한 상영작이었다고 본다. 서울, 그것도 택시 안이라는 매우 단면적인 공간을 대상으로 삼으면서도 좋은 작품을 제작한 최하동하 감독의 열정과 집념을 거울삼아야겠다.

 이에 금년도 전주시민영화제에서는 전북을 기반으로 하는 젊고 유능한 영화인들의 우수한 작품이 다수 발굴되어 전주가 영상도시의 메카로 우뚝 자리 잡기 바란다.

(영화평론가·호원대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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