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민영화제 혹독한 성장통
전주시민영화제 혹독한 성장통
  • 장병수
  • 승인 2006.03.26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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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한국과 미국의 FTA협상 전제로 제시된 스크린쿼터의 대폭적인 축소 방침은 영화인들을 거리로 나서게 만들었다. 영화계에서는 스크린쿼터의 축소에 따른 여러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심각한 부분으로 독립영화 제작 분위기의 위축에 따른 영화산업전반에 걸친 기본 인프라의 붕괴를 염려하고 있다.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듯 우리 지역 전주에서 지난 20일부터 전북독립영화협회가 주최한 제6회 전주시민영화제가 이진우 감독의 ‘만사형통’에게 대상의 영광을 안긴 채 25일 폐막되었다.

  금년으로 6년째를 맞는 전주시민영화제는 전북의 영상문화산업 발전과 인적인프라 육성에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독립영화라는 지역적 한계와 인적 자원의 한계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 볼 때가 아닌가 싶다. 인적인프라의 육성과 지원에 있어서 특정 대학에만 의존하는 폐쇄성에 갇혀있지나 않은지? 특히 주최측 역시 영화제의 본질적인 역할인 우수 작품 발굴과 우수 감독의 발굴에 지나칠 정도로 수동적이지 않았나 싶다.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본선 경쟁 부문인 온고올섹션의 심사를 맡았던 서울독립영화제 조영각 집행위원장의 “전년도에 비해 작품 수준의 하향이 두드러졌으며, 장르의 다양성 부족을 극복해야 할 것”이라는 심사 총평이야말로 “성장통”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다. 이러하니 관객 수도 절반으로 줄어 든 것은 당연한 귀결이 아니겠는가.

 이러한 결과를 예측이나 한듯이 올해의 주제를 ‘성장통’으로 정한 것은 매우 적절했다. 그럼 올해 겪은 성장통에 대한 몇 가지를 언급해 본다.

 첫째, 실험성 짙은 작품 부재 및 감독의 프로 정신 부족을 언급하고 싶다. 1편의 다큐를 제외하고 멜로에 의존한 점과 전반적으로 실험정신이 부족한 연출을 언급할 수 있다. 또한 감독들은 자신감 결여가 곧바로 관객들에게 신뢰감 상실로 이어진다는 것을 명심하고 자기 색깔을 분명하게 표현하는 프로정신으로 무장하기 바란다.

 둘째, 지역적인 폐쇄성이 우물안 개구리를 만든다. 전북지역의 영상 제작 환경은 크게 개선되고 있으며, 시설은 과거에 비해 많이 편리해 졌다. 이에 반해 인적 자원의 질적 향상은 뒤따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는 도내 그룹간의 외연 확장에 치중한 나머지 내면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상호 소통의 단절에 있지 않나 싶다. 올해와 같은 질적 하향에 대한 진단을 거울삼아 내년에는 상호 경쟁자이자 협력자로서 우수한 작품이 많이 출품되길 기대해 본다.

 셋째, 독립영화인들을 위한 공간 확보가 시급하다. 영상산업에 대한 전북도와 전주시, 그리고 언론기관의 관심이 증폭되면서 영화 제작 및 후반작업을 위한 다양한 지원 및 제작 시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작품을 완성했을 때, 상영해 볼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의 부재로 작품에 대한 예술성 및 완성도를 높이는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독립영화인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의 확보가 시급하다고 본다.

 넷째, 주최측의 섬세한 배려에 대한 아쉬움을 들 수 있다. 6살 먹은 전주시민영화제가 더욱 더 성숙하기 위해서는 외국인에 대한 배려도 고려해야 할 시점인 것 같다. 비록 소수의 외국인 방문이더라도 개막작 감독과의 대화에서는 통역의 배치를 고려해 주길 바라며, 폐막식의 진행에서 대상 수상 감독의 불참 등등 좀더 세심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주시민영화제의 지속적인 발전과 질적 향상을 위해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와 긴밀하게 협의하여 시민영화제 수상작 섹션이 신설되도록 노력해 주길 바란다. 이를 계기로 시민영화제의 출품작에 대한 질적 향상과 관심을 끌어 올릴 수 있으며, 전주국제영화제가 지역 영화 발전에도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올해의 ‘성장통’이 전북의 영상문화 수준을 끌어 올리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무엇보다도 FTA 등으로 위협받고 있는 국내 영화시장을 극복할 수 있는 우수한 신인 감독들의 등용문이 되길 바란다.

(영화평론가·호원대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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