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경쟁력과 국정원
국가경쟁력과 국정원
  • 김진
  • 승인 2006.03.28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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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요소는 아주 많다. 인적자원에서 보자면 문맹률이나 인력구조, 교육시스템, 언어능력 등이 있을 것이고, 기업부문에서 보자면 노사관계나 IT활용도, 기업의 투명도 등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 외에도 공공부문이나 경제기반부문, 그리고 인프라 부문 등이 세부적으로 많은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게 관심이 집중되는 분야는 역시 기술력이다. 세계경제포럼에서 내놓은 ‘2005 세계경쟁력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기술력은 세계 7위의 수준이다.

 그에 따라 우리가 가진 기술을 노리는 각국의 눈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 반갑지 않은 현실이다.

 그에 대한 실 예는 국정원의 산업스파이 적발실적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1998년~2002년 사이에는 1년에 6~7건에 피해예방액수는 12조 원 정도였다. 하지만 2003년부터는 1년에 20건 정도에 피해예방액은 82조원으로 늘어나더니, 지난해에는 29건으로 급증했다.

 이는 우리의 기술력을 노리는 산업스파이가 늘어난 측면도 있겠지만, ‘산업기밀보호센터’를 중심으로 한 국정원의 적극적인 활동도 눈여겨 볼만하다.

 작년 한 해는 <국정원 불법도·감청> 사건으로 말미암아 국정원의 위상과 직원들의 사기가 저하 되었을 때다.

 그러한 때에 탈권력·탈정치화를 실천하며 산업기밀보호와 같은 국익수호 활동에 눈을 돌린 것은 참 잘한 일이다.

 산업정보 보안문제는 기업은 물론이고,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국부의 유출이 뒤따르는 중요한 문제이다.

 며칠 전, 전 국민을 놀라게 했던 보도내용만 보더라도 산업정보 보안의 중요성을 쉽게 들여다 볼 수 있다.

 삼성전자의 연구원이 휴대폰 제조의 핵심기술이 담긴 15장의 회로도를 불과 19억원에 유출하려 한 것이다.

 만약 국정원에 포착되지 않았더라면 회사추산 1조3천억 원의 피해가 발생되었을 것이라고 하니 실로 엄청나다는 표현을 절감할 뿐이다. 문제는 이에 대비한 기업들의 보안에 대한 투자가 극히 미미하다는 것이다.

 2004년 정보통신수출진흥센터의 조사결과에 의하면 대상기업의 72%만이 보안 분야에 1%미만의 투자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이 같은 보안에 대한 미미한 투자는 정보유출의 대가로 천문학적인 금액을 제시하며 접근하는 각종 유혹에 쉽게 빠져들게 하는 또 하나의 요인이 될 수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각 기업이나 연구단체에서 미진한 부분을 국정원이 나서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보완해 주고 있다는 것이다.

 중점 보안관리가 필요한 첨단기업이나 연구소를 대상으로 ‘산업보안교육·컨설팅’이나 ‘산업보안 워크숍’을 개최하고, 산업스파이나 해킹 등 국가안보사범 신고전화 <111>도 개설했다.

 자체적으로 전문 인력과 예산 투입이 어려운 민간기업이나 연구기관들로서는 참으로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또 지난 3월2일에 새로이 개관하여, 인터넷으로도 관람이 가능한 안보전시관도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산업보안과 대테러’ 부문에 중점을 두고 산업스파이 적발과 그에 관련한 상황을 비주얼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들이 사용하는 첨단장비의 실물을 전시하는 등, 천문학적인 국부유출을 막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하고 있었다. 과거의 이념교육이나 정권홍보목적 위주의 전시관과는 차별화 된 모습들이었다.

 왕은 왕이로되 왕이 아닌 왕이 있었다.

 바로 연산군 이다. 그래서 그의 재위기간 12년은 ‘실록’이 아닌 ‘연산군일기’이다. 누구도 국가나 국민의 위에 군림하려 한다면 역사는 꼭 그들을 응징해 왔다. 누구도 국가나 국민을 위해 희생하여 왔다면 역사는 꼭 그들을 기억해 왔다.

 김승규 국정원장은 언론을 통해 ‘선진국으로 도약을 위해 산업보안 분야에서 국정원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당연한 얘기다. 국정원이 가야 할 길을 제대로 선도하고 있다고 칭찬해 주고 싶다.

 국민에게 불신과 고통을 안겨줬던 국정원이, 과거의 모습을 씻고 국가와 국민에게 필요한 국가기관으로 거듭나고 있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초심 그대로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하여 나간다’면 국민들은 그 모습을 잊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경희대 무역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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