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댓글 문화, 진정한 사이버 아고라를 향하여
10. 댓글 문화, 진정한 사이버 아고라를 향하여
  • 이원희
  • 승인 2006.03.30 14: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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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그리스 시대에는 마을마다 아고라(agora)라는 원형 마당이 있었다. 이곳을 토론의 광장이라 부른다.

 그리스인들은 일찌감치 저녁밥을 먹고 나와 마을의 현안에 대해 밤늦게까지 이 아고라에서 토론을 했다. 아고라는 세계사적으로 풀뿌리 민주주의의 남상이 되었다. 고대 민주정치의 꽃이 아고라를 통해 개화된 셈이다.

 아고라로 상징되는 말의 위력은 정치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말의 문화가 발달한 그리스는 풍부한 신화를 낳았고 신화는 철학과 연극을 발전시킨 내재적 힘이 되었다. 말의 문화, 토론의 문화가 이처럼 학문과 예술의 발전에 기여한 것은 상상외로 크다.

 우리나라는 인터넷 보급과 활용면에서 세계 최고의 수준이다. 그러나 정작 세계인들이 부러워하는 건 한국인의 댓글문화다. 한국사람들같이 열성적으로 댓글을 올리는 경우도 드물다.

 참새 방앗간 못 지나가듯 그냥 가지 않는다. 댓글은 본디 어떤 사안의 글에 대해 댓글을 다는 주체의 반응적 글을 말하는 것으로 본글에 대해 덧붙이는 생각을 피력한다는 의미에서 덧글이라고도 한다. 따라서 댓글은 본글에 맞서거나 지지하는 견해를 간략하게 표명한다는 점에서 사이버 공간상의 아고라 광장이라 할 만하다.

 이른바 변론과 반론의 각축장이다.

 우리사회가 댓글 바람이 무성한 것은 민족 정서와 관련이 깊다. 세계 어느 민족보다도 공동체의식이 짙게 깔린 우리는 남과 나를 굳이 구분하지 않는다.

 ‘우리’라는 공동체 심리가 한국인에게는 강하다. 마을사람들이 한 우물물을 퍼마시고 찌게 한 그릇을 식구 전체가 나누어 먹는 음식문화가 공동체 의식을 키웠으리라.

 ‘나’(me-ism)가 아니라 ‘우리’(we-ism)라는 공동체 심리, 바로 이것이 오늘날 댓글바람을 일으키는 풍구다.

 그런데 댓글이 쟁점이 되는 문제를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토론하기보다는 그렇지 못해 아쉽다.

 감정적인 표현, 상대를 공격하는 노골적인 언사와 욕설, 집단이기주의의 편협성 등이 이맛살을 찌뿌리게 한다. 심지어는 댓글 알바가 생길 정도로 댓글은 이제 정략적, 상업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스 아고라가 민주정치, 학문, 예술 발전에 크게 기여한 점을 상기해 우리의 댓글문화도 진정한 토론의 광장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삿된 언어유희나 막가는 인신공격으로 퇴색된다면 댓글문화를 제도적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올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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