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인즈 워드와 ‘온누리안’ 교육 시책
하인즈 워드와 ‘온누리안’ 교육 시책
  • 김용재
  • 승인 2006.04.05 15: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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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미국의 풋볼 스타 하인즈 워드가 우리나라를 방문했다. 청와대에서 사인 볼과 티셔츠를 선물로 주면서 대통령과 환담하며, 어머니 이야기만 하는 그의 모습이 TV 화면을 가득 채웠다. 우리들이 혼혈아로서 세계적 스타가 된 그에게 남다른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워드의 성공은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혼혈아에 대한 편견을 다시 되짚어 보게 하는 일대 사건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펄벅 재단이나 국제가족 한국총연합회 등의 사회복지 재단에서도 혼혈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것에 들떠 있다. 이러한 관심이 ‘반짝 심리’가 아니라 우리 사회와 문화를 되돌아보는 ‘돋보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현재 우리나라의 혼혈인구는 3만 5000명 정도이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께는 167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유엔이 작성한 ‘대체 이주에 관한 보고서’에서도 한국의 경제활동인구를 최대 수준(3660만 명)으로 유지하려면 매년 21만 3000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필요하다고 예상했다. 이들이 국내에 정착하여 2세를 낳는 경우 혼혈인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이들 추산의 정확성을 차치하고라도 지난 해 결혼한 농어촌 총각 8027명 가운데 36%가 외국인 신부를 맞았다. 시골 초등학생 중에도 혼혈아가 늘어 어떤 지역은 신입생의 절반에 육박한다.

 이제 우리나라는 다인종 시대에 살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이나 혼혈아에 대한 편견과 차별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우리 문화 기호에서 굳건히 지키는 ‘단일 민족’ 이라는 허구 신화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근본 문제는 해결되지 못할 것 같다. 사실 한국인도 따지고 보면 인도, 아랍, 몽골, 중국, 일본 등의 피가 섞인 혼혈의 나라이다. 순혈주의를 좇는 맹목적 민족의식을 넘어서야 한다. 이제는 세계 속의 한국을 강조할 때이다. 무조건적인 내셔널리즘(민족주의)나 쇼비니즘(광신적 애국주의)에서 벗어나 다민족 국가의 포용성과 개방성을 키워나가야 할 때이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는 문화의 코드를 수정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처사이다. 문화는 단일한 기호의 총합이 아니다. 의?식?주와 같은 생활 기호, 언어와 문학 등의 언어 기호, 스포츠와 모임 등의 축제 기호 등이 유기적으로 작용한 실체이다. 이러한 문화기호를 이끄는 사회적 힘이 교육이라고 한다면 교육의 실천행위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올 초부터 전북 교육청에서 주도적으로 펼쳤던 ‘온누리안’ 교육 시책은 무척 기대되는 모범적인 교육사업의 하나이다.

 ‘온누리안’은 혼혈에 대한 기존 관념을 깨뜨리는 언어기호의 실천이다. 혼혈(混血)은 순혈(純血)의 반대말이지만, 비하 또는 멸시의 뜻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검둥이’, ‘조센진’과 같은 말의 수준으로 들리기 때문이다. 그와 같은 맥락에서 한국인과 필리핀 베트남 등의 동남아시아인 사이에 난 아이들을 일컫는 ‘코시안’(Kosian=Korean+asian)도 부적절한 어휘가 아닐 수 없다. 이에 전북 교육청에서는 공모를 통해 코시안의 대체어로 국제결혼가족을 부르는 말로 ‘온누리안’을 발표했다. 온 세상을 뜻하는 ‘온누리’에 영어로 사람을 뜻하는 어미인 ‘ian'을 붙인 말이다. 이러한 노력은 언어 기호를 통해 문화를 창조하려는 노력의 흔적이다. 이제 언어를 통한 인식의 변화에서 더 나아가 구체적인 교육 시책을 펼칠 때이다.

 우선 농어촌에 산재한 ‘온누리안’ 아동들이 학교에서 소외받거나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받게 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이국적인 문화를 학교에서 공유하는 방법이 선행되어야 한다. 일주일 중 하루는 ‘필리핀의 날’, ‘베트남의 날’ 행사를 하여 그 나라 풍속과 문화를 모든 학생이 접하게 하는 방법도 있겠다. 대학생 멘토링 지원사업, 학급 친구 도우미 두기, 외국인 학부모에게 한글과 한국문화를 전수하고, 그들이 학교에 나와 자기 나라를 자랑하는 기회를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무엇보다 교육계가 나서서 ‘온누리안’ 어머니들 모임을 주도적으로 조직하고 그들만의 축제를 열게 하는 장을 마련하는 것도 좋다. 이제는 교육청과 대학, 지자체와 시민단체가 모두 협력하여 그들을 위한 종합적인 교육시스템을 구축할 때이다.

<전주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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