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악산, 진달래 향기 속으로
모악산, 진달래 향기 속으로
  • 송영석기자
  • 승인 2006.04.06 1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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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을 뚫고 왔다 / 우리는 봄의 전위 // 꽃샘 추위에 얼어 떨어져도 / 봄날 철쭉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 이 외로운 겨울 산천에 / 봄불 내주고 시들기 위해 왔다 // 나 온몸으로 겨울 표적되어 / 오직 쓰러지기 위해 붉게 왔다 // 내 등뒤에 꽃피어 오르는 / 너를 위하여’ - 박노해 ‘진달래’

 여러 봄 꽃 중에 예로부터 우리와 친숙했고 한민족의 정서에 맞는 꽃으로 진달래를 들 수 있다. 특히나 어렵게 살던 시절, 먹을 수 있었던 몇 안 되는 꽃 중의 하나로 기근을 면하게 해 주는 데에도 일조를 하였으니 시인들이 즐겨 진달래를 노래한 것이 단지 그 화려함 때문만은 아닐터.

 그리 멀지 않은 옛날, 꽃피는 봄을 맞았던 우리 어머니, 아버지들은 뭉게뭉게 피어난 진달래 나무에서 꽃잎을 따 대광주리에 담아 콧노래를 부르며 내려왔단다. 진달래 꽃잎으로 온 가족은 한데 모여 앉아 부쳐먹는 봄내 향긋한 화전이 더없는 행복감을 안겨줬기 때문이란다. 지금은 사라져버린 우리 풍습이지만 이런 시절음식들은 자연과 동화되어 살아가는 조상들의 지혜와 넉넉한 여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꽃샘추위를 이겨내고 곳곳에 흐드러지게 춘색(春色)을 자랑하는 자연의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계절. 그 어느곳보다 수려한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있는 우리 고장에서 전통의 고즈넉한 모습들이 재현된다.

 지역민의 어미산인 모악산에 위치한 대원사에서 9일 6번째로 맞는 ‘진달래 화전축제’가 열리는 것. 이번 주말에는 꽃도 만개한다고 하니 가벼운 차림으로 등산을 즐기면서 향긋한 꽃지짐에 기웃거려볼 일이다.

 ‘두견화전’이라고도 불렸던 ‘진달래 화전’은 진달래 꽃잎을 따다가 곱게 빻은 찹쌀가루에 버무려 동글납작하게 빚어서 기름에 지진 찹쌀 전병. 자연의 향기가 고스란히 묻어나는 화전에는 우리 조상들의 풍류와 세상의 변화에 순응하고자 하는 여유로운 마음가짐까지 담겨있다.

 수려한 등산로를 따라 펼쳐져 있는 산세의 아름다움과 등산로 중간에 위치한 고풍스런 절 대원사, 그리고 봄날의 자태를 한껏 머금고 피어난 봄의 전령사들. 봄소풍의 장소로 이 곳보다 제격인 곳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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