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전주로 가자! 전주가면 다 있어!
① 전주로 가자! 전주가면 다 있어!
  • 이세리
  • 승인 2006.04.06 1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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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을 하시죠?’ ‘저는 전주영상위원회 로케이션 매니저입니다’ 이렇게 대답을 하면 100% 질문이 다시 돌아온다. ‘로케이션 매니저요? 무슨 일을 하시는 거죠?’

 필자는 전주영상위원회의 로케이션 매니저이다. 이 일은 우리 나라에 손가락으로 두 번 꼽을 만큼의 소수가 하고 있는 낯선 직업이다. 10명을 만나면 9명에게는 로케이션 매니저가 하는 일에 대해서 조목조목 설명을 해야 하는 어려움과 잠깐 잘난 체를 할 수 있는 뿌듯한 일이기도 하다.

 전주영상위원회의 로케이션지원팀은 3명이다. 주 업무는 우리 나라에서 제작되고 있는 영상물(영화/드라마/c.f 등)을 전라북도에 유치하는 일이다. 감독이 생각하고 있는 글을 그림으로 찾는 것이다.

 일 년이면 한 사람이 50편 정도의 영상물 제작팀을 만난다. 이러다보니 별별 사람들이 다 있다. 특히 전체적인 그림을 결정하는 감독들의 특성은 각양각색이다.

 기억나는 몇몇을 이야기하자면 이렇다.

 ‘광복절특사’, ‘귀신이 산다’의 김상진 감독. 김 감독은 전주를 너무나 좋아하는 영화인이다. 김 감독은 서울에서 연출부가 회의 중 장소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으면 ‘전주로 가자! 전주가면 다 있어!’를 버릇처럼 외친다고 한다. 그리고 장소를 보러 다니면서도 늘 필자가 그곳에서의 촬영을 준비할 수 있는지를 묻곤 한다. ‘이봐! 할 수 있지? 응? 응?’

 영화 ‘인터뷰’와 ‘주홍글씨’의 변혁 감독. 너무 너무 철두철미하다. 가는 모든 장소에서 리허설을 해봐야 한다. 그러니 변 감독과의 헌팅은 긴 시간을 준비해놓지 않으면 큰일나기 일쑤다. 그리고 늘 애매한 기준으로 컨셉을 말한다.

 ‘주홍글씨’의 마지막 트렁크씬을 찍는 장소는 전북 진안의 용담호 주변이다. 이 장소를 찾기 위해 변 감독이 말한 컨셉은 ‘산세가 수려하고 살인하기 좋은 장소’였다. 도통 모를 일이다. ‘산세가 수려하고 살인하기 좋은 장소라니...’. 처음 용담호를 본 변 감독은 “글쎄...”라며 고개를 갸웃거리시더니 결국 전국의 모든 호수와 저수지를 다 보고 다시 돌아온 곳이 이곳 용담호다.

 ‘마파도’, ‘사랑을 놓치다’의 추창민 감독. 예민하고 까다롭기로 어디 가서 절대 안 빠지는 인물 중에 한 사람이다. 그 어떤 것에도 한방에 ‘OK’를 외치는 경우는 없다.

 ‘글쎄...’, ‘좋긴 한데...’, ‘잘 모르겠는데...’, ‘혹시...’라는 단어를 연발하며 끝까지 장소를 결정짓지 않고 애를 태운다. 이 팀 역시 완주군 동상저수지에 지은 양어장 세트를 짓기까지 3개월도 넘는 시간이 걸렸었다.

 결국은 미술감독이 저수지 사진을 들고 감독에게 찾아가 이제 그만 결정 좀 하시라는 반협박(?)을 통해 O.K싸인을 받았다는 후문.

 이렇게 장소를 찾는 일은 내가 하는 일의 극히 일부이지만 가장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제작진들에게 전주를 보여주고 소개하고 영상에 담기까지의 과정은 짧게는 석 달에서 길게는 일년이 넘게 걸리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간 끝에 극장이나 텔레비전에 전북의 모습이 보여지는 것에 대한 자부심은 마냥 크기만 하다.

 오늘 이 짧은 이야기부터 ‘앙칼로케 쉘~’이가 전하는 영화 촬영장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개봉박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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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이세리는 지난 1980년 전주에서 태어나 전주대 예체능 영상학부 연극영화를 전공한 후 현재도 동 대학원에서 연극영화 공부를 하고 있다. 현재 전주영상위원회 로케이션 매니저로 맹활약하고 있는 필자는 그동안 영화 ‘이소룡을 찾아라’ 촬영팀, 영화 ‘대한민국헌법 제 1조’ 제작부를 역임하였고, 영화 ‘왕의 남자’, ‘귀신이 산다’, ‘주홍글씨’, ‘공공의 적 2’, ‘사랑을 놓치다’, 드라마 ‘궁’ 등 48편 로케이션을 지원한 숨은 실력가다.

<전주영상위원회 로케이션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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