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원래 독일 뮤지컬인 ‘line 1’을 한국적으로 설정한 번안물이다.‘아침이슬’로 유명한 김민기가 번안, 작곡, 연출한 이 작품은 서울 지하철 1호선에서 벌어지는 인간 백태를 스케치하듯 그리고 있다. 연극은 하나의 주제를 밀고 나가면서 해프닝의 스케치, 춤, 노래 등이 뒤섞인 레뷔 형식을 취한다. 소극장 뮤지컬로 맞춤하기 때문에 레뷔 뮤지컬은 보통 소극장 뮤지컬의 연극적 코드가 되었다. 10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다양한 상황이 에피소드로 제시되지만 중심 이야기는 연변 처녀의 한국 남자찾기와 오팔팔 창녀의 사랑과 죽음이다. 보다 비중을 둔 내용은 연변 처녀의 한국 남자찾기다. 대상을 찾아나서는 돈키호테나 도로시처럼 연변 처녀는 풋사랑의 남자를 찾아 나선다. 서울역에 도착, 지하철 1호선을 타면서 여러 상황들이 연출된다. 길여행을 통해 주인공의 세계인식은 변화되고 연변 처녀는 쓸쓸히 발길을 고향으로 돌린다. 추구 플롯의 전형적인 스토리 라인이다.
연극은 무엇을 말하는가. 지하철로 상징되는 문명도시의 광기다. 서울이라는 문명과 연변이라는 순수의 충돌로 연변은 파괴되고 서울은 승자의 얼굴을 든다. 바로 문명의 야만성이다. 모순과 허위와 기만이 속출하고, 삶의 조건 속에서 사랑도 빛이 바래는 비정상의 서울을 말한다. 어찌 서울만 타박할 수 있으랴. 현대사회의 불모성이 이 작품을 이루는 형이상학적 뼈대인 셈이다. 문제는 작가의 의식이 방만한 에피소드 상황의 과잉 활용으로 인해 희석될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뮤지컬은 대중성, 상업성, 오락성 이 세 요소가 솥의 발처럼 떠받치는 장르다. 이런 점을 감안한 탓인지 연극은 에피소드 형식으로 제시되는 여러 상황 속에 관객의 웃음을 담으려는 의도가 강하다. 그렇게 되면 주제의식은 약화되고 일회적 웃음과 즐거운 오락거리로만 관극의 흔적이 남을 공산이 크다. 이 점에 숙고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주제를 향한 밀도 있는 연극만들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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