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기자회견
길거리 기자회견
  • 김강민기자
  • 승인 2006.04.12 18: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2일 전북지방경찰청 내 기자실에서 열리기로 예정됐던 ‘화물연대 전북지회’의 기자회견이 경찰의 과잉대응으로 인해 기자실이 아닌 길거리에서 진행되는 촌극이 발생했다.

 이같은 원인은 기자회견을 위해 화물연대 노조원들이 청사 내에 있는 기자실에 들어간 뒤 자칫 난동을 부리게 되면 청내 경비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일부 경찰 간부들의 우려감 때문이었다.

 이로 인해 경찰청 현관은 경비 병력으로 물 샐 틈조차 없는 철벽 방어선을 구축됐으며 기자회견을 위해 찾아온 화물연대 노조원 30여명은 “우리를 무슨 조직폭력배나 테러리스트로 생각하느냐”며 격한 감정을 드러냈다.

 이날 찾아온 노조원들은 “자신들의 투쟁 목적과 현황, 추후 진행 사항 등에 대한 전반적인 브리핑과 언론 홍보를 위한 정상적인 기자회견이었을 뿐인데 경찰이 우리를 자극하고 있다”며 분노를 표출한 반면 경찰은 “전날 군산에서 조합원 25명을 연행한 것에 대해 과잉 진압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노조원들이 청장님에 대한 항의 방문을 계획하고 있어 마찰이 예상돼 미리 막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으로 맞섰다.

 이들의 대립을 보며 각종 민원이나 제보, 혹은 언론 홍보를 위해 어느 누구라도 편안하게 드나들 수 있었던 기자실이 언제부터 경찰청의 경비 문제로 출입을 금하게 되는 장소로 바뀌게 됐는지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경찰의 이번 대응 방침을 보면 앞으로도 경찰에 대한 불만을 가진 민원인들은 출입할 수 없도록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섣부른 추측마저 하게 된다.

 열린 행정, 민원인에 다가서는 복지 경찰을 부르짖던 전북경찰의 모습은 과연 어디로 간 것인지 궁금하다.

 이와 함께 시민단체에 대한 실망감도 감출 수 없었다.

 자신들의 생존권을 주장하며 불합리한 규정으로 인해 힘없는 소수가 당하고만 있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던 그들이 어느덧 자신들과 뜻을 함께 하지 않는다며 동료를 폭행하고 기물을 파손하는 등 자신들이 비판하던 그 힘있는 다수가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과 다를바 없기 때문이다.

 각자의 입장에서 각기 다른 생각이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자신의 의견만을 내세우기보다는 서로의 입장을 생각하며 한발 먼저 양보하는 성숙된 문화의식을 기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