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식의 밥상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
내 자식의 밥상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
  • 정성수
  • 승인 2006.04.13 16: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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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따라 적게는 수십 명, 많게는 수천 명이 점심시간 마다 난리이다. 그야말로 학교식당은 북새통을 이룬다.

 식판을 들고 얌전히 순서를 기다리는 학생이 있는가하면 배가 고프니 빨리 밥을 달라도 식판을 두드리며 보채는 학생들도 있다. 배식하는 도우미 엄마들의 마음도 덩달아 급하다.

 빨리 밥을 주고 싶지만 턱없이 부족한 일손이 야속할 뿐이다.

 교육부의 ‘2005년도 학교급식 실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해, 급식 자원봉사에 참여한 학부모는 연인원 139만6천여 명이라고 한다. 이중 초등생 학부모가 전체의 79.6%를 차지했고, 중학생 학부모가 12.8%, 고등학생 학부모 6.9% 등의 순이었다.

 이들 학부모의 노동력을 금액으로 환산할 경우 1인당 3만원으로 총액이 42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부터 학부모 급식 당번제가 자율로 바뀌었지만 많은 학부모가 여전히 반강제적으로 동원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배식도우미를 자청하는 학부모는 10명에 1명도 안 될 것”이라고 말한다.

 학부모들이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 중의 일부는 맞벌이로 인한 참여가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아이의 배식 당번을 위해 휴가를 내야하기 때문이다. 또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봉사에 참여하는 것도 그리 기분 좋은 일이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학교 측에서 볼 때 누구는 배식당번에 참여시키고 누구는 예외로 하는 형평의 문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외에도 배식당번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내 자식만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찜찜하게 하는 요인 중의 하나라고 한다.

 이에 대다수의 학부형들은 당연히 학교에서 해결해야 한 문제라도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학교 측에서 볼 때 학부모들을 배식당번에 참여시키는 것은 기본적으로 교육 예산이 부족한 탓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1990년 이후 정부는 학교 급식을 대대적으로 확대했지만 정부 지원액은 평균 20%선에 불과하다.

 지난 해 초·중·고의 총 급식예산은 3조1천710억원. 이 가운데 학부모 부담이 77.1%인 2조4천442억원이었다.

 교육부는 강제 당번제를 폐지하면서 학교 예산으로 유급인력을 채용하는 방법과 고학년 학생들이 저학년 학생들의 배식을 돕는 방법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가 대두되어 여전히 학부모에 의존해 배식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현실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고 원활한 급식을 위한 방법으로는 고학년들은 자율배식을 실시하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배식훈련이 중요하리라고 본다. 또한 학교장의 의지에 따라서는 고학년 여학생으로 조직한 급식 봉사팀을 운영하는 방안도 고려해 봄직도 하다.

 여기에는 위생교육이나 안전교육 등이 필수적으로 선행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뿐만 아니라 학부형도 급식도우미에 대한 인식을 강제동원이라고 하는 생각에서 벗어나 내 자식의 밥상을 내가 차려 준다는 생각으로 의식전환이 필요하다.

 그것은 내가 내 자식을 챙기지 못한 날은 다른 학부모가 내 자식을 챙겨주는 우리 전통 두레정신과도 통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내 자식의 밥상만큼은 내가 차려주자.

<본보 NIE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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