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된 것의 영화화
금지된 것의 영화화
  • 장병수
  • 승인 2006.04.30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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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한일 월드컵’에서 보여준 ‘붉은 악마’로 상징되는 대한민국의 응원 문화에 대해 전 세계는 찬사를 보냈다.


 응원에 참가한 남녀노소 모두가 붉은 색 티셔츠를 입고, 얼굴에 태극기를 그려 넣고, 특히 여성들의 태극기 문양을 응용한 의상은 응원 열기를 한층 더 고조시켰다. 벌써 4년, 또다시 ‘2006 독일 월드컵’에서 보여줄 대한민국 남녀노소가 어울어 질 응원 문화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한국의 축구 응원 문화와는 달리 이란의 축구 응원 문화는 반쪽짜리 응원 문화다. 즉 이란에서의 응원이란, 남성들만의 전유물이다.


 이란에서는 1979년 호메이니의 이슬람 혁명 이후 여성들은 경기장 출입이 원초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이를 실증적으로 증명한 영화가 바로 제7회 전주국제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된 이란의 축구영화 ‘오프사이드(offside)(자파르 파나히)다. 파나히 감독은 금지되어 있는 것을 영화로 만드는데 열정을 쏟고 있다. 그는 이번 ‘오프사이드’를 통해서도 이란에서의 여성들에 대한 성차별을 종식시키고, 이를 바꾸고자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럼 영화 속으로 들어 가보자. 이란과 바레인이 월드컵 예선이 열릴 테헤란 경기장으로 가는 버스 안은 온통 사내들의 응원 물결로 넘쳐난다. 그 가운데 조용히 창밖만 내다보며 눈치를 살피는 남장을 한 소녀가 불안한 모습으로 앉아있다.


 경기장에 도착한 후 소녀는 관람에 대한 열정과 단속에 대한 극도의 불안감을 보인다. 우여곡절 끝에 개찰구를 통과했지만, 결국 군인의 감시망을 뚫지 못하고 체포된다. 그녀는 같은 처지에 놓인 몇 명의 소녀들이 체포되어 있는 임시 수용소에 감금된다. 체포된 소녀들은 ‘왜 여성들은 경기장에 입장할 수 없는지’ 질문을 던진다.


 그러자 감시하고 있던 군인은 ‘응원하는 남자들의 욕설로부터 여성을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억측 주장을 편다. 화장실에서 보여주는 군인의 남녀차별적 행태는 애처롭다 못해 공공장소에서의 이란 여성의 실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금지된 것의 영화화’로 자신을 규정하는 파니히는 사실 여성차별 철폐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사실적이면서도 코믹하게 처리함으로써 이슬람 여성들이 처한 현실에 대한 고발을 무난하게 처리하고 있다.


 금년도 개막작으로 선정된 ‘오프사이드’는 월드컵에 대한 열기를 끌어 올리고, 동시에 이슬람 문화에 대한 욕구가 날로 증가하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도 당신들과 다르지 않은 세계인들의 하나”라는 동질성을 이미지화 하는데 성공했다.


 ‘오프사이드’를 보면서 이란 여성들이 처한 여성의 지위 문제를 생각할 수 있었으며, 이슬람 문화에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었다. 이란 정부는 여성 차별정책으로 계속해서 ‘오프사이드’ 반칙을 범한다면 세계로부터 ‘옐로카드’를 받게 될 것이다.


<영화평론가·호원대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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