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의 결혼 원정기'
영화 '나의 결혼 원정기'
  • 양형식
  • 승인 2006.05.01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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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말, “나의 결혼 원정기’라는 제목의 영화가 개봉됐었다. 글로벌 시대 결혼의 한 방식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한국 농촌에 살고 있는 38살 동갑내기 두 총각이 우즈베키스탄에서 펼치는 결혼 프로젝트를 보여준다. 우리 사회 ‘국제결혼’의 한 단면을 이야기 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사회에서 국제결혼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 영화의 소재로 다뤄질 만큼 국제결혼은 우리 생활의 일부분으로 자리 잡고 있다. 농촌 총각이 장가를 못가 베트남 태국 필립핀에서 며느리를 수입하는 건 이제 흔한 일이 되어버렸고 해외유학이 많이 보편화되면서 외국인 사위 보는 것도 하나 이상하지 않은 일이 되어버렸다. 2005년도 우리나라 사람이 외국인과 결혼한 통계를 보면, 4만3121건으로 전년보다 21.6%가 증가했다고 한다. 이것은 우리나라 결혼 건수의 13.6%를 차지하는 수치라고 한다.

 다시 영화 이야기를 잠깐 하면, ‘나의 결혼 원정기’의 초반부와 후반부에서 우리는 두 명의 이주 여성을 볼 수 있다. 그녀들은 한국의 농촌 총각과 결혼해 살고 있는 우즈베키스탄 며느리이다. 그리고 그녀들은 출산이 임박한 듯 배가 볼록하다. 국제결혼 가정의 2세 탄생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 속 현실과 달리 우리 사회 국제결혼 가정의 2세는 미래형이 아닌 진행형이다. 전라북도 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전라북도 국제결혼 가정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 수는 190여명이라고 한다. 현재 6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은 모두 54명. 최근 4~5년 사이에 3-4배가 증가한 셈이다. 이런 현상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다. 최근 중앙일보의 우리나라 혼열 인구의 증가 추이를 시물레이션 한 결과에 따르면, 2020년에는 신생아 3명 중 1명이 혼혈이라고 한다. 더 이상 ‘혼혈’이라는 말로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런데 우리의 모습은 어떤가? 지난 4월초, 2006년 미국 슈퍼볼 MVP에 빛나는 하인즈 워드는 어머니 김영희씨를 모시고 어머니의 나라 대한민국을 방문했다. 당시 어머니 김영희씨는 만약 한국에서 워드와 살았다면 거지가 됐을 것이라는 표현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성공했기 때문에 환대해준다는 불편함을 말했다는 후일담이 전해졌다. 이런 김영희씨에게 누가 자신 있게 아니라고, 우리 사회가 당신이 알고 있던 때와 많이 달라졌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또 하나, 국제가족한국총연합에서 일하는 오재경씨의 이야기는 우리 사회 혼혈에 대한 현주소를 말한다. 그는 상처가 대물림 될 수밖에 없다는 걸 너무나 잘 알기에 ‘절대 결혼 안 하고 자식도 안 가질 겁니다’라고 말한다.

 최근 국제결혼과 이주 여성 그리고 그 2세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식이 많은 변한 것은 사실이다. 국제 결혼 가정을 지원하기 위한 센터를 운영하고, 대학입학 일정비율 할당제와 학습 장애인 특별교육 확대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전라북도 교육청에서는 전국 최초로 국제 결혼에 따른 자녀들의 교육을 담당할 전담팀을 구성해 의욕적으로 나서고 있다. 정말 반가운 일이다. 또 전북 생활체육 배구헙회에서는 국제 결혼여성 생활체육배구단을 창단하였고 전라북도 의사회에서는 이들에게 특별후원도 아끼지 않았다. 우리사회 이런 모습들이 글로벌시대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모습이고, 또 더 많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해본다.

 흔히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라는 말을 한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태어나고 자라는 아이들을 피부색이 다르다고 얼굴에 다르다고 혼혈이라고, 우리의 미래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모든 아이들이 차별 없이 살 수 있도록 우리의 의식을 바꾸고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누가 먼저랄 것이 없다. 내가 먼저 차별 받는 이들에게 다가가고 배려하는 좋은 이웃이 되면 된다. 그것이 좋은 미래를 만드는 첫걸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전라북도의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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