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과 선거시장
마케팅과 선거시장
  • 임용택
  • 승인 2006.05.02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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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의 역사를 살펴보면 오래전으로 거슬러 갈 수 있다. 그러나 마케팅 용어가 등장해서 사용되어지고 연구의 대상으로 거론되어지는 건 그리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즉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팔고에서 시작된 마케팅활동은 어찌 보면 거의 인류의 역사와 함께한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나, 이러한 활동이나 행태를 마케팅이라고 정의하여 사용하고 연구의 대상으로, 특히 사회전반에의 응용에 까지 이른 것은 그리 멀지가 않다.

 마케팅은 말 그대로 마켓(시장)이라는 공간에서 제품의 공급자와 수요자가 만나 상품의 판매를 촉진하고 일정한 조건으로 교환하는 것과 관련된 제 활동이다. 이와 같은 간단해 보이는 마케팅의 정의는 그리 간단하지가 않으며, 그 원리는 우리 생활, 활동의 근간을 이룬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먼저 시장이라는 공간은 구체적 공간이 될 수도 있고, 보이지 않는 가상의 공간이 될 수도 있다. 동대문시장, 남대문시장 등 구체적으로 약정된 시장이 될 수도 있고, 병원이나 학교처럼 의료서비스나 교육서비스를 교환하는 공급자 주도적 시장이 될 수도 있고, 각자 개인 컴퓨터 앞에서 거래하는 선물환시장등과 같이 보이지 않는 시장이 될 수도 있으며, 맞선보는 다방과 같이 그 장소가 수시로 바뀔 수 있다.

 마케팅은 원래, 공급자의 입장에서 수요자, 즉 고객을 찾는 과정에서 태어난 용어이다. 자기가 애써 만든 제품을 소비해줄 고객을 발견하고, 고객에게 지속적인 만족과 함께 제품을 이용해 줄 전략을 강구해 나가는 과정인 것이다. 이러한 과정 중에서 공급자는 수요자의 구매를 촉진하는 활동을 하게 되는 데, 홍보나 광고가 이에 속한다. 이러한 판매촉진활동은 수요자 즉 고객의 다양성, 분류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며, 특히 고객의 수준에 맞추어서 다양하게 이루어진다. 역으로 고객의 권리에 대한 인식이나 관심 또는 의식여하에 따라 합당치 못하거나 불쾌한 대우를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본인이 새삼스럽게 우리 모두에게 상식화되어 있는 마케팅을 거론하는 것은 최근 선거 및 정치시장에 대한 이야기가 우리의 관심에 올라 있기 때문일 것이다.

먼저, 정치가는 자신이 가진 정책이라는 제품을 차별화하고 곱게 다듬어 국민들에게 각종 판매촉진활동을 통해 홍보하고, 자신(기업)과 정책(제품)의 인지도(브랜드)를 높이기 위하여 노력한다.

 판매촉진과정에서 속된 말로 마케팅의 출발지인 장사꾼보다 못한 각종 정치꾼의 행태들이 일부에서는 벌어지기도 한다. 그릇된 제품을 가지고 나오기도 하고, 과대포장을 하기도 하며, 우선 판매만 되고나면 오히려 고객위에 군림하는 염려스런 자질과 의식을 가진 사람도 있다. 상대회사를 비방, 모함하기도 하고, 불공정한 홍보 방법으로 고객의 마음을 어지럽히기도 하며, 무차별한 메시지로 스트레스를 주기도 한다.

 한편 이들이 내놓은 제품은 매우 특이하다. 정책 및 정책서비스로 명명될 이들의 제품은 확연히 구분된 단계를 통해 고객들에게 소비되는 데, 선거전과 선거후의 제품의 성격이 전혀 바뀐다. 입장도 바뀐다. 선거전에는 소비자가 주도권을 가지는 듯하나, 선거후에는 오히려 공급자가 가지며, 소비자는 선거와 동시에 투표라는 형식으로 모든 비용을 지불해 버린다. 그러나 공급자는 거의 모든 제품을 선거 후에 조금씩 자신의 구미에 맞추어 제공한다. 이러한 불공정시장이 바로 선거, 정치시장이다. 학교시장에서 수업료를 미리 내고, 교육의 질 등에 대하여 아랑곳없는 소비자들(학생들)과 별 차이가 없다. 그래서 소비자는 선거전에 충분한 제품 및 기업에 대한 검토를 해야 하며, 믿을 만한 리더이며 제품인지를 가려야 한다. 돈을 지불하고도 썩었거나 약속과 다른 물건이 배달되어도 불만이 없거나 무관심한 소비자가 많을수록 정치가와 그 정책은 부실해지고 지역발전을 위한 효율적 자원배분은 먼 일이 된다.

 무엇보다 혁신적 과제가 산적한 시대 및 지역적 현실 속에서 이 지역의 일꾼을 뽑는 모처럼의 일에 우리 소비자들 모두가 단순한 인지도나 학연 등에 의한 구매보다는 보다 꼼꼼히 살펴보는 지혜를 가지고 선택하였으면 하는 바람을 겸한다.

 주부가 시장에서 가족의 건강을 위하여 콩나물 한 올을 고르는 심정으로….

<군산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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