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축제 여행에 거는 기대
문화 축제 여행에 거는 기대
  • 김용재
  • 승인 2006.05.03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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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가 출렁이고 있다. 영화제로부터 시작하여 풍남제, 한지문화축제, 대사습으로 이어지는 릴레이 문화 축제 때문이다. 연일 경기전과 태조로는 축제의 분위기로 인산인해이다. 풍남제 덕에 한옥 마을은 ‘전주의 멋과 맛, 흥’을 맘껏 뽐내는 풍류의 마을로 탈바꿈하였다. 해마다 관심 대상이었던 ‘비빔밥 큰 잔치’를 비롯하여 세계 풍물시장, 거리예술제, 민속놀이와 생활 도구 체험, 전주역사 퀴즈대회, 전주 기접 놀이 재현, 온 고을 풍류와 젊음의 향연이 공연장을 달군다. 지난 달 27일 고사동 영화의 거리에서 시작된 전주국제영화제의 화려한 불빛이 5월로 들어서면서 태조로까지 옮겨 갔다. 여기에 한지문화축제와 전주대사습놀이까지 문화 축제는 계속된다.

‘자유, 독립, 소통-관객 중심’을 슬로건으로 앞세운 스크린 축제는 42개국 194편의 영화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필름 마니아를 부른다. 5월 1일부터 7일까지 일주일간 풍남제와 한지문화축제가 경기전과 태조로를 밝힌다. 이어서 7일부터 10일까지 전주대사습대회가 명인 명창을 가린다. 한지축제는 전주가 내세우는 한(韓)브랜드(한옥, 한식, 한지)의 대표적 주자인 한지를 알리는 행사이다. 한지패션쇼와 한지제작 체험, 한지 특허상품 발표회, 한지상품 기획전은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하기에 충분하다. 겸하여 풍남제의 각종 행사를 즐긴다면 축제 한 가운데 빠진 것이나 다름없다. 판소리 명창 부문을 중심으로 농악과 기악, 무용, 민요, 시조, 가야금병창, 궁도 등의 경연대회까지 참여한다면 우리의 눈과 귀는 탁 트일 것이다.

5월은 각 지역마다 축제가 넘쳐 난다. 전주가 축제의 명소로 자리 잡으면서 지역 경제도 살리고 주민들도 한 마음으로 이어지는 기쁨을 만끽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 지역의 축제가 정체성을 찾아나가기 위해 그동안 시와 시민단체 등이 애를 쓴 것도 사실이다. 관광자원 또는 산업자원으로서의 축제가 강조되면서 지역 경제에 도움을 주기 시작한 것도 기쁜 일이다. 하지만, 다른 곳에 비할 때, 얼마나 정체성을 찾고 있는지, 그리고 전주시민을 한 곳으로 결집하는 문화 마인드가 있는지 다시 한 번 되짚을 필요가 있다. 전주의 4대 문화 축제가 강릉단오제나 고성 공룡 엑스포, 하이 서울 페스티벌을 잠재우는 매력은 어디에 있을까. 문화 상품의 개발 방향은 어떠해야 하는가. 전주 시민의 문화공동체 의식을 어떻게 키워야 하는가. 끝없는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

과거로부터 축제는 인간 삶을 풍요롭게 하는 제의였다. 축제의 기호는 그 사회의 문화를 반영한 상징체이며, 주민들의 의식의 표명이었다. 일과 놀이 사이에서 인간은 문화를 형성하고 삶을 가꾸어 간다. 일에 매달릴 수 없으며, 놀이를 통하여 일을 재창출하는 힘을 길렀다. 축제는 경제성을 따지기에 앞서 지역 주민의 놀 거리 제공을 통한 화합과 이해의 한마당으로 나아가는 것이 우선이어야 한다. 그러기에 하드웨어적인 잔치에 열을 올리는 것보다 생활 속에 녹아드는 체험 위주의 축제를 지향해야 옳다. 문화 상품이나 문화 산업이란 용어도 순수한 문화 경제적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사람과 부딪치며 타인을 이해하고 공동체 의식이 싹튼다든지, 모두가 구경의 대상에서 참여의 대상으로, 더 나아가 대상화 된 것이 내면화되어 진정한 축제의 즐거움으로 빠진다면 경제 가치는 이루 헤아릴 수 없게 될 것이다.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전주시민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가족과 함께 태조로를 거닐고 같이 놀고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축제를 값지게 한다. 이를 위해서 이제는 대학이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축제의 기획이나 연구, 아이템의 개발에 머물면 안 된다. 대학이 주체가 되어 대학생들이 각종 행사에 적극적으로 봉사에 참여할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사회봉사는 학습이면서 가기 개발의 장이 될 수 있다. 봉사뿐 아니라 축제의 몇 마당을 주도적으로 기획하고 산업체와도 연계하여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자치단체와 대학, 산업체가 하나로 묶이는 행사가 된다면, 문화 축제가 진정한 경제성을 획득할 수 있고, 나아가 우리 삶과 문화를 한층 풍요롭게 승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전주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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