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 리뷰> 독립·예술영화제 성공
<시네 리뷰> 독립·예술영화제 성공
  • 장병수
  • 승인 2006.05.07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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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민영화제 폐막
인도 영화인 ‘비르와 자라(Veer-Zaara·야시 초프라)는 무려 3시간이 넘는 192분에 달한다. 이 영화는 할리우드영화도 아니고, 우리에게 익숙한 2시간대의 영화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비르와 자라’는 제 7회 전주국제영화제 관객의 설문으로 결정되는 ‘JIFF 최고인기상’을 차지했다. 이는 최근 불고 있는 발리우드 영화에 대한 관심의 결과이자, 전주국제영화제가 추구하고 있는 독립, 예술 영화에 대한 자리매김이라 하겠다.

 ‘자유, 독립, 소통’을 슬로건으로 내건 제 7회 전주국제영화제는 금년엔 ‘관객 중심의 영화제’를 표방하면서 5일 대장정을 마쳤다. 8박9일 동안 42개국 194편의 영화를 8만 5천여명이 밤잠을 설쳤고, 유료 관객도 전년 대비 13.5% 증가한 6만여명에 달했다고 한다. 70%이상 웃돌은 객석점유율, 개막식전 50여편에 달하는 매진사태(2005년 20여편), 영화제 사상 처음으로 29일의 ‘전주-불면의 밤’ 섹션 매진 등등. 이러한 통계로 볼 때 올 전주국제영화제는 점차적으로 안정되어 가고 있음을 보여 준다.

 위와 같은 성공적인 결과는 전주국제영화제에 대한 국내·외의 위상 강화 노력, 섹션에 따른 상영 공간의 집중과 선택, 작품 출품국과 작품수의 증가, 특히 대안영화, 디지털 영화 중심에서 최근의 대중영화로의 방향 전환 등등 주최측의 부단한 노력의 대가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금년 영화제를 통해서 비주류영화에 대한 그동안의 편견에 대한 새로운 발견은 국제영화제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고 본다.

 올해의 특별전으로 기획된 ‘저항의 알레고리 -소비에트 연방의 금지된 영화들’은 사회주의체제하에서 제작된 작품이지만 사회와 시대를 초월해 공유할 수 있는 예술성이 풍부한 탁월한 작품이었다. 연방 영화가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집중적으로 소개된다는 점도 전주국제영화제가 추구하는 비서구·비할리우드 기조와 일맥상통한다 하겠다.

 영화제와 더불어 부대행사 형식으로 꾸며진 지프 클래스(JIFF CLASS)와 지프 페스 케이드(JIFF FESCADE)는 영화제를 성공으로 이끄는 촉매제이자, 보조제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로컬클래스’를 기반으로 2006년부터 새롭게 선보인 ‘로컬시네마 전주’섹션은 지역 영화의 현재를 확인하고 대안을 찾는 유익한 기회를 제공했다. ‘로컬시네마 전주’ 섹션에서 돋보인 진영기 감독의 ‘나의 가족’과 함경록 감독의 ‘장마’는 금년도 전주시민영화제에서도 주목 받은 작품이었다. 이는 전주국제영화제가 지역 영화인들과 지역 영화 발전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금년도 영화제의 안정적인 토대를 발판으로 2007년 제8회 영화제의 성공을 위해서 첫째, 영화제 전 기간 동안 국내외 톱스타들의 지속적인 참석 유도를 해야 할 것이다. 둘째, 개막식을 야외 행사로 꾸며 대중과 함께하는 개방적인 형식을 취해 볼만도 하다. 셋째, 자원봉사자들의 역할 분담도 중요하지만, 교육 강화를 통해 행사 전반에 대한 안내자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넷째, 전주에 하루 속히 대형 컨벤션센터가 건립되어 다양한 관련 행사의 적극적인 유치로 내실 있는 영화제로 자리매김해야 하고, 동시에 내외 귀빈의 체류에도 만족감을 높여주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지역 영화인 및 영화관련 종사자들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할 것이다. 전주국제영화제의 성공적인 통계는 도민들의 참여와 직결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제 제7회 전주국제영화제는 명실상부하게 부산국제영화제와 더불어 대한민국 국제영화제의 선두주자로 확실하게 자리 잡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스펙트럼 섹션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독일 출신 하룬 파로키 감독이 언급한 “전주국제영화제의 실험성과 성격 등을 화두로 국제영화제로서의 위상을 고민해봐야 한다”는 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영화평론가·원광대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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