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시험문제 공개 의무화
고교 시험문제 공개 의무화
  • 한기택
  • 승인 2006.05.10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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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성적 부풀리기? 등을 막기 위해 2006학년도부터 학업성적과 관련된 평가계획, 평가내용, 평가기준, 평가문항을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하였다.

이러한 정책에 대해 일선 고등학교에서는 강력하게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으며, '시험문제 내기가 겁이 난다'는 교사들의 하소연이다.

고교 시험문제 공개의 의무화에 대한 기대를 살펴보면

교육부가 의도한데로 '성적 부풀리기? 등의 예방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고, 교사들의 출제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 질 것이며, 대학입시 자료로 제출되는 내신성적의 신뢰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견되며, 무엇보다도 학부모들의 알 권리에 대한 충족도가 높아질 것으로 본다.

반면으로 고교 시험문제 공개 의무화에 대한 우려를 살펴보면

첫째로 교사의 학습권과 시험문제에 대한 저작권의 침해에 대한 논란이 예견된다.

대법원이 예전에 대학입시 시험문제에 대해 저작권법상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따라서 인터넷 업체와 사설학원, 출판사가 선생님들과 협의 없이 시험문제를 불법으로 도용, 영리를 취했을 경우에 민사뿐 아니라 형사상 책임론까지 대두될 것으로 예견된다.

둘째로 시험문제에 대한 시시비비(是是非非)로 교육현장이 심하게 요동칠 수도 있다.

학교시험보다 더 중요한 대학입시 문제도 오류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는데, 선생님들께서 엄정에 엄선을 거듭해서 출제한다고 해도 전혀 오류가 나오지 않는다고 할 수 있겠는가? 2008학년도부터 내신성적이 50%이상 반영됨에 따라 시험문제의 오류에 대한 시시비비는 증폭될 것으로 예견된다.

셋째로 교사들의 시험문제 출제 기피 현상과 ‘문제를 위한 문제의 출제’도 나타날 수도 있다.

'시험문제 내기가 겁이 난다'는 교사들의 하소연이 어쩌면 당연한 지도 모른다. 학교의 차이, 성적의 차이, 문항분석상의 난이도의 차이 등에 따라 문제의 정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럴리는 없을 테지만 '내 문제가 더 좋은 문제'라는 평을 받으려고 시험문제 공개를 위한 문제를 만들고 편법적인 시험을 본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리고 시험문제 출제 때마다 교사들이 겪는 스트레스 또한 어떻게 할 것인가?.

넷째로 시험문제의 공개를 거부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어느 국가시험을 치른 어떤 사람들이 ?불합격 이유를 알기 위해 시험 문제지와 정답지 공개가 필수적인데도 공개를 거부한 것은 부당하다?며 국가기관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한 예가 있다. 그럴리는 없을 테지만 교사들이 학습권과 저작권 침해라는 이유로 시험문제의 공개를 거부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렇게 복잡하고 어려운 시험문제의 공개를 '성적 부풀리기' 등을 막기 위해 강경책을 쓰는 교육부의 고충과 교사들의 이에 대한 저항도 이해는 된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에 달려 있다는 대명제 앞에 교육의 질을 높이고, 교육의 비리를 척결하고, 대입전형 방법을 바르게 하겠다는 교육부의 정책에 교사들이 마다할 이유와 명분은 약하다.

그리고 교육부가 2008학년도 새 대입제도의 문제점을 일선 학교나 교사에게 떠넘기려는 식의 정책 또한 졸속정책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부는 대학입시 때문에 왜 고교교육이 흔들려야 하고, 왜 고등학교 선생님들이 대학입시 때문에 처벌을 받아야 하는지 냉철하게 뒤돌아보아야 한다.

20세기의 생각과 낡은 정책으로 21세기 교육정책을 세우고 추진해서는 안 된다. 21세기는 자율과 경쟁의 시대이다.

교육부는 대학입시 정책에 따라 고교교육과정이 흔들리는 정책을 지양하고 대학입시 전형은 대학별로 자율에 맡기는 폭넓은 정책을 펼쳐야 한다.

<좋은교육운동본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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