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5일은 스승의 날이자 성년의 날이다. 또한 세종대왕 탄신일이기도 하다. 조선 문명의 요람이었던 집현전에 총명한 젊은 학자들을 널리 불러 모아 학문 탐구를 권장했던 세종대왕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대왕의 탄신일을 스승의 날로 삼은 것 같다. 동기야 어찌 되었든, 스승의 날을 맞이해 옛날 책씻이 때 ‘단자수신’을 떠올리는 건 새삼스러운 일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아이스크림이나 피자를 먹어치우는 것으로 끝나는 오늘날의 책씻이 문화를 보면서 옛일을 견주는 것은 과시 고루한 것만은 아닐 성싶다.
세상살이가 힘들고 고단할 때 우리는 정신의 푯대가 되어줄 어른을 기대한다. 그리고 그 어른을 자신의 몽매함을 일깨워주었던 스승에서 찾는다. 하지만 자신을 완성하는 공부가 아니라, 직업과 돈을 위한 수단으로 교육이 전락한 오늘날의 현실에서 스승의 참모습은 찾기 힘들지 모른다. 삐뚜러진 교육현실은 스승도 귀양 보내버렸다. 며칠 전 지방의 한 대학에서 전통적인 책씻이를 했다고 한다. 총장과 학생들이 맞절을 하고 조촐하게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단자수신은 아니지만 연설을 통해 수신을 강조했다고 한다. 그야말로 옛 서당의 모습이 되살아난 풍경이다. 문제는 이러한 겉모습으로 전통을 흉내내기보다도 진정한 의미를 취하는 것이 시급하다. 삶을 살아가는 주체에게 꼭 필요한 삶의 자세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해 알려주는 스승의 모습. 바로 단자수신의 글을 써주어 학도들이 삶의 푯대로 간직하게 한 서당의 훈장에서 발견할 수 있다. 우리들 가슴에 새겨진 단자수신의 글자 하나는 무엇인가. 내가 자녀에게 써줄 단자수신 한 마디는 마음 속에 써두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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