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는 경제적 문제로 남편뿐만 아니라 시댁, 친정과 계속 갈등을 겪어 왔고, 세 자녀를 돌보면서 남편의 회사업무도 돕는 등으로 과도한 업무에 시달려 오기도 했고, 출산 후 각종 병명으로 병원에 오가며 신체적, 정신적으로 많이 쇠약해져 있었다. 사건 당일 남편인 B가 술에 취하여 돈 문제 등으로 A와 말다툼을 하다가 A에게 전화기를 던지고 자녀들이 보는 앞에서 수회 뺨을 때리자 A도 흥분하여 텔레비전을 넘어뜨리는 등으로 격렬하게 부부싸움을 하였다. 이에 B가 함께 죽어버리자고 하면서 A의 멱살을 잡고 베란다 난간으로 끌고 가서 A의 상체를 베란다 밖으로 밀고, 자녀들은 A가 떨어지지 않도록 다리를 잡고 울면서 B에게 애원을 하여 만류하는 상황에서 B가 하던 행동을 멈추고 베란다를 떠나 거실로 가는 순간, A가 베란다 밖으로 뛰어 내려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 이에 B가 보험사를 상대로 A가 들어두었던 사망보험금을 청구하였는바, 대법원은 위 여러 사정을 감안할 때 이 사건 당시 A는 극도의 흥분되고 불안한 심리상태를 이기지 못하고 순간적인 정신적 공황상태에서 자신의 행동으로 인하여 발생할 사망의 결과와 그로 인한 가족들 및 주변 상황의 변화에 대하여 제대로 이해하거나 예측하지도 못한 채 극도로 모멸스럽고 격분된 순간을 벗어날 방편으로 베란다에서 뛰어 내림으로써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의하지 아니하고 사망의 결과에 이른 것으로 보아 A의 사망이 이 사건 보험약관상의 면책예외사유에 해당하여 보험사가 보험금지급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위 판결로서 모든 자살의 경우 보험금지급대상이 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구체적 타당성을 고려하여일정한 조건하에(위 판결에서는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의한 사망인지가 그 조건 중 하나인 것으로 보인다)보험금 지급 사유로 인정될 수 있을 것이다.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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