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게 풀어보는 외환 이야기
재밌게 풀어보는 외환 이야기
  • 김진
  • 승인 2006.05.23 1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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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외환은 4조2천억 달러 정도이다. 그리고 그중 3분의 2는 달러이고, 유로가 24%, 엔화와 파운드화가 약 3.6%씩 차지하고 있다. 그럼 외환은 누가 가지고 있을까? 아마 국내에서는 기업이나 부자들이 많이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국제적으로는 어떨까? IMF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개도국은 외환보유액을 4배나 늘려 2조9천억 달러에 이르는 반면, 선진국은 1.5배의 증가에 그쳐 전 세계 외환의 70%는 개발도상국에 집중되어 있다. 즉 부자나라 보다는 가난한 나라들이 외환을 더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이다. 재밌는 것은 중국이나 러시아 같이 한때는 미국의 적대국이자 사회주의 국가들이 미국의 국채와 달러화의 보유비중을 급속히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이란과 베네수엘라 등 미국과 대립관계에 있는 국가들이 미국의 큰 채권국이 되어가고 있으니 미국은 편할 수없는 상대에게 돈을 빌려 쓰고 있는 격이 되어가고 있다.

 미국은 연간 8천억 달러에 이르는 무역적자와 3천억 달러 이상의 재정적자를 합쳐 1조1천억 달러가 넘는 쌍둥이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5년 국가예산과 맞먹는 액수를 매년 적자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여전히 잘사는 나라이다. 쉽게 말하면 미국은 국가예산의 적자분을 빚으로 메우며 꾸려가고 있는 것이다. 다른 나라들 같으면 국가경제가 흔들리고 파산지경에 이르렀겠지만, 여전히 미국이 잘살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4월말 현재 동북아 4개국이 가지고 있는 외환만 해도 2조2천억 달러에 달한다. 미국의 2년 적자를 메울 수 있는 액수를 동북아에서 보유해 주는 것이다. 또한 세계의 각 나라들이 앞 다투어 미국의 채권과 주식을 사들이고 있으며, 미국의 히든카드나 다름없는 군수산업이 미국을 잘사는 나라로 버틸 수 있게 해주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은 국제정세의 환경변화에 따라 미국의 금융시스템을 위험에 빠트릴 수도 있다는 개연성을 갖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문화대혁명 당시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제로였다. 하지만 올 4월말로 8750억 달러의 외환을 보유함으로써 일본을 제치고 세계1위를 기록했다. 작년 한해에 무역흑자만 1천19억 달러를 기록했고, 빠르면 올해 안에 1조 달러 이상의 외환을 보유할 수 있을 거라는 전망이다. 이에 대한 중국인민대학 마샹우 교수의 주장이 참 이채롭다. 중국은 1842년 아편전쟁이 끝난 이후 160여년을 제외하면 언제나 세계제일이었다는 것이다. 1839년 아편전쟁 이전 중국(당나라)의 경제규모는 전 세계 GDP의 30%이상 이었고, 당나라 장안의 인구가 50만이었던 때에 파리의 인구는 고작 5만 명에 불과했다고 하니, 그의 주장도 가히 틀린 말은 아니다 싶다.

 4월말의 기준으로 러시아는 한국을 5위로 밀어내며 세계4위의 외환보유국으로 올라섰다. 러시아는 작년 한해에만 옛 소련이 국제 채권국 모임인 <파리클럽>에 지고 있던 부채 150억 달러를 조기상환 했다. 그리고 올해 안에 옛 소련의 잔여부채와 러시아가 <파리클럽>에 지고 있는 289억 달러의 부채를 모두 청산하겠다고 밝혔다. 1998년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하고 파산했던 러시아가 변한 것이다. 이제 러시아는 외환보유 2257억 달러를 기록하며 채무국에서 순채권국으로 변해 버렸다. 러시아의 주요 수출자원인 석유, 가스, 금속 등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작년 한해 원유와 석유제품으로만 1180억 달러를 벌어 들였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액이 2847억 달러 임을 볼 때 어마어마한 수치가 아닐 수 없다. 말 그대로 쥐구멍에 볕든 러시아가 된 것이다.

 외환에 관한 얘기는 복잡하고도 어렵다. 그만큼 독자들에게 다가가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미?중?소의 외환 현황을 중심으로 독자들이 흥미롭게 관심을 가질만한 부분만 추려보았다. 이제 우리는 중국의 약진에 이어 러시아, 인도 등과도 경쟁에 나서야 한다. 장사에 관한 격언 중에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진다>는 말이 있다. 우리의 수출기업들이 지금 당면하고 있는 현실이 그렇다. 유가급등과 원화강세의 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수출현장에 심심한 위로를 드린다.

<경희대 무역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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