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남자' 신비로운 이름덕 '톡톡'
'왕의 남자' 신비로운 이름덕 '톡톡'
  • 이세리
  • 승인 2006.05.25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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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왕의 남자’가 ‘궁중코메디클럽’이나 ‘희락원’이라는 제목으로 개봉을 했어도 1200만이 넘는 관객이 ‘왕의 남자’를 보았을까?

 제목은 내용과 이미지를 전체적으로 포괄하는 가장 큰 이미지이다.

 필자 역시 이름 덕을 톡톡히 보는 사람중에 한명이다. 필자와 이름이 같은 유명한 프로 골퍼와 만화주인공 덕에 대부분의 사람은 필자의 이름은 한번에 기억하곤 한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왕의 남자’라는 이름이 가진 야시시한 느낌(?)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한 제목이었을 것이다. ‘왕의 여자’라하면 너무 평범치 않았을까? 웬지 궁금하지만 함부로 묻지 못하는 신비한 영역을 훔쳐보고 픈 심리를 잘 자극했다고 본다.

 제작진이 처음으로 생각한 ‘궁중코메디클럽’이나 ‘희락원’이란 제목이었다면 아마 지금만큼의 흥행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끝가지 고민되는 것 중 한 가지가 바로 영화의 제목이다.

 주로 영화의 내용이나 시대적 배경 혹은 개봉시의 사회 신드롬을 의식하며 친숙하고 쉽게 다가서지만 한줄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영화의 시나리오를 받아보면 제목 옆에 (가제)라고 붙혀진 경우들을 볼 수 있다. 끝까지 고민을 해보겠다는 것이다. 심지어 약간의 포상금을 걸고 영화제목을 공개수배하기도 한다.

 2004년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순정, 라스베가스’라는 제목을 붙힌 영화가 있었다. 이 영화는 1년여가 넘는 시간을 캐스팅 난항에 빠져 힘들어 했지만 추후 너무나 사랑 받는 배우들과 함께 2005년 흥행작으로 떠오르며 온갖 영화제의 남.여 주연상, 감독상, 작품상을 쓸어 담았다. 바로 박진표감독과 황정민, 전도연이 출연한 영화 ‘너는 내 운명’이다.

 또 현재 극장에서 상영중인 영화 ‘공필두’. 이 영화는 영화상의 공간이 군산이다. 군산경찰서의 강력반 형사 공필두의 열혈이야기를 그린 ‘공필두’의 원제는 ‘형사, 공필두’이다. 제작진은 촬영이 끝날 때 쯤, 좀더 친숙한 이미지를 만들기위해 과감히 ‘형사’라는 단어를 버렸다.

 지난 겨울 개봉한 ‘사랑해 말순씨’도 마찬가지이다. 처음 시나리오에는 ‘엄마 얼굴 예쁘네요’라는 제목이 붙어 있었지만 영화 촬영 중 붐을 이르킨 ‘순’자 돌림 주인공들의(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의 주인공 삼순이와 ’굳세어라 금순아‘의 금순이) 성공 신드롬에 힘입어 개명을 시도했다.

 곧 개봉 될 영화도 있다.

 안진우감독, 김정은과 이범수 주연의 영화 ‘잘살아보세’. 70년대 후반 출산억제정책이 만들어 질 당시 홍보를 위해 시골에 파견된 여주인공의 시골마을 아이 안낳기 운동을 그리면서 현대의 저출산상황을 꼬집은 이 영화 역시 첫 제목은 ‘요원의 수기’였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요원의 수기’라는 제목이 더 좋긴 하지만 대중들의 선택은 어떨지 기대해 볼만 하다. 이름은 사람이나 영화나 제품이나 그 어떤 것에든 중요한 역할을 한다.

 때론 유명한 작명가를 찾아가기고 하고, 어르신들의 한자의미를 총동원하며 이름을 갖는다.

 생각해보면 조금 웃으운 제목으로 세상에 공개 되었을지 모른 그들의 이름이 잠시 즐거운 상상을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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