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그 이후
선거 그 이후
  • 임용택
  • 승인 2006.06.01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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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낮에 아파트를 지나다가 팔순 노인이 아파트 한쪽 그늘에 앉아 지팡이를 한켠에 두고 쉬는 모습이 멀리서 보였다. 그 앞을 지나며 그 할머니가 나에 말을 거실 거라고는 생각을 못하다가 부르는 소리에 흠칫 놀라 할머니를 바라보았다. 그 팔순노인이 나를 부르며 건넨 건 바로 한 도의원 후보의 명함이었다.

앉아 계시기도 힘들어 보이시던 그 할머니에게서 그러한 행동을 가능케 했던 건 무엇일까? 그 후보자가 아들이었을 수도, 먼 친척일 수도, 아니면 할머니의 마음을 움직일 만큼 훌륭한 덕행의 소유자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 할머니의 지나치다 싶은 깊은 관심과 요즘 50%이하 투표율의 무관심 행태가 중첩되면서 마음 한구석 씁쓸함이 스친다. 이러한 양극화 현상이 누구에 의해서 왜 일어났는지는 그동안의 정치인들의 행태만을 탓하기에는 부끄러운, 바로 나의 책임이자 앞으로 우리 모두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이기 때문이다.

이제 선거가 끝났다. 신성한 한 표를 투표장에서 행사를 하였든, 기권이라는 방식으로 권한 행사를 하였든, 또 당선자에 투표를 하였든 낙선자에 투표를 하였든, 이제 털어야할 것 털고 불쑥 일어나 선거 이후의 과제를 생각해야 할 때이다.

 이러한 과제의 해결을 위한 기준으로 흔히 비즈니스 마인드를 떠올린다. 즉, 선거는 주민들이 자신의 이익(benefits)을 ?아 자신이 원하는 상품을 투표라는 권리를 지불하고 구매하는 행위이며, 정치인은 더 이상 정치인이어서는 안 되고 경영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인은 지역주민의 관심이라는 일정크기의 파이를 서로 나누어 먹고 산다. 즉 상대의 파이조각이 커지면 나의 조각은 상대적으로 적어지기 때문에 상대를 비방하고 흠집을 내서라도 자기의 조각을 키우려 한다. 그것이 주민 이익에 반하고 불공정할 지라도 말이다. 이러한 행태는 주민의 의식수준에 따라 반복된다.

한편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이든, 생의 질 향상의 형태든 주민의 이익, 혜택은 지역자원의 효율적 배분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즉, 당선자나 낙선자는 물론 지역주민 모두가 지역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위한 정책의 개발 및 그 정책의 효율적 추진을 위하여 합심하는 분위기와 장을 마련하는 데서 이루어진다.

 지역에 따라서는 전체 지역주민의 10%도 안 되는 지지율을 가지고 당선 된 사람이 많다. 그러나 지역 주민이나 낙선자는 이러한 수치를 철저히 잊어버려야 한다. 민주주의의 차선적 해결방법에 대한 상식적 이해도 없는 맹목적 리더 흔들기는 지역사회의 분열과 역량의 낭비만을 가져와 지역주민의 전체 이익을 심각하게 저해하며 지역을 극히 위험하게 하여 스스로를 정치꾼으로 전락시킨다.

 주민의 입장에서 당장 지역, 학연, 혈연 등으로 치우치는 선거의 오랜 속성을 하루아침에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이제 지역전체와 나의 이익을 증대시켜줄 비즈니스 마인드에 한 걸음 다가가야 한다. 우리가 뽑은 리더의 정책을 최대한 신뢰하고 협조함은 물론 철저한 감시자의 역할을 게을리 해서도 안 된다. 또 다시 수년을 후퇴하는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비록 낙선했지만 더욱 열심히 살겠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받고 지긋이 미소를 지은 적이 있다. 그동안 남발되어온 많은 문자메시지의 홍수들 모두가 일거에 용서되고 남을 신선한 내용이었다. 그렇다 빠를수록 좋다. 버릴 것은 빨리 버리고 새롭게 시작하자. 성공과 실패의 아전인수적 해석에 연연하기 보다는 내가 얼마나 지역민을 위하여 노력해왔는지, 또 내가 얼마나 진정한 리더를 뽑기 위해 노력했는지 오히려 다 함께 겸허히 자성해보자.

 리더는 지역을 발전시킬 올바른 정책의 개발에 최선을 다하고, 지역민은 최대한 지원을 아끼지 말자. 온 마음 다 합쳐도 실패하고 빼앗긴 일들이 얼마나 많았던가를 생각해 보며, 모두가 하나가 되는 마음의 중요성을 다시 되새기자.

 우리 지역은 도입기, 성장기, 성숙기, 쇠퇴기를 겪게 되는 모든 상품의 전형대로 진행할 시간이 없다. 바로 도입기는 우리의 이해와 합일 속에 건너뛰고 바로 성장기로 가야한다. 우리 지역에 할 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군산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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