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다 빈치 코드’의 시비주비
19,‘다 빈치 코드’의 시비주비
  • 이원희
  • 승인 2006.06.04 14: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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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추리소설 작가 댄 브라운의 소설 ‘다 빈치 코드’가 지구를 강타하고 있다. 4천300만부 이상 팔려 메가톤급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이는 아직도 진행중이어서 그 결과량이 얼마일지 예측할 수 없을 정도이다.

 이 소설은 뉴욕 타임즈를 비롯 월스트리트 저널, 샌프란시스코 신문 등 미국 중요 신문사에서 베스트셀러 순위 1위에 랭크되며 위세를 떨치고 있다. 그 유명한 영국의 ‘해리 포터’ 시리즈를 앞선 판매량과 인기로 떠들썩하다. 더군다나 이 소설은 콜롬비아 영화사가 영화로 만들면서 그 반향은 엄청나다. 인터넷의 누리꾼들은 수천의 댓글을 올리며 덧댄 의견들을 쏟아내고 있으며 특정 종교계는 영화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는 등, 영화와 소설을 둘러싼 사회적 파장이 만만치 않다. 가히 문화적 테러와도 같은 충격이 ‘다 빈치 코드’를 중심으로 폭발하고 있다.

 ‘다 빈치 코드’는 숨겨진 비밀을 풀어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따라서 내용상으로만 보면 미스터리 추리물이다. 비밀이 서서히 드러날수록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에포크한 사실들이 밝혀진다. 인류의 문화와 정신사에서 전무후무한 충격적인 비밀. 관객은 일단 내용 자체가 지니고 있는 엄청난 힘에 눌린다. 아울러 다 빈치 코드를 풀어가는 주인공들의 이야기, 형사가 이들을 추적하는 이야기, 또 다른 종교단체의 대리인이 이들을 좇는 이야기 등 세 가닥의 추적 플롯이 교묘하고 치밀하게 엮인 스토리 라인은 관객들에게 잠시 머리 돌릴 여유조차 허락지 않는다.

 내용의 놀라움과 형식의 단단함에 빠져 관객은 내내 지적 오딧세이를 즐기게 된다. 시체에 쓰인 미스터리한 숫자와 언어, 기호학자 로버트 랭던과 소피 누뵈는 기호를 풀어가면서 엄청난 사실을 접하게 된다. 인간의 호기심은 탐색을 낳고 탐색은 지식과 정보를 낳는다고 했든가. 이 명제대로라면 호기심의 탐색 결과가 낳은 정보는 말 그대로 인류문화사를 뒤흔들만치 파천황적이어서 관객은 주인공들의 행적에 눈을 박으며 숨을 고른다.

 ‘다 빈치 코드’가 지닌 상상력의 세계와 준수한 영화 스타일은 관객을 압도하기에 맞춤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작품이 사회적 파장을 크게 일으킨 데는 다른 원인이 있다. 그건 신성한 종교의 권위와 역사적 전통에 대한 도전이라는 점이다. 이 이유 때문에 지금 이 영화와 관련된 인터넷 댓글은 사회적으로 분열된 듯한 인상마저 주고 있다. 문제는 이것이 신성에 대한 참을 수 없는 상상력의 도발이라 해도, 그것 자체가 문제가 될 일은 아니다. 문학과 예술은 불가능한 세계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표출하는 가능성의 탐색일 따름이지 그 자체가 사실을 말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자신의 입장에서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쪽과 저쪽의 논리는 이런 점에서 다시금 성찰할 필요가 있을 것같다. 문학과 영화의 존재는 항상 현실밖에다 고개를 내밀어 현실에 말을 건다는 허구적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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