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공간에 대한 단상
옛 공간에 대한 단상
  • 이세리
  • 승인 2006.06.08 1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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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철거다 되고 사라졌 아쉬움을 남기는 공간이 하나 있다. 바로 군산 금동에 위치한 (구)군산의료원 건물이다. 이 특이한 구조의 건물은 영화팀들이 많이 탐을 내는 곳이었다.

 창문을 통해 다른 문이 보이고 그 문을 통해 다른 곳이 보이는 이주 복잡하고 특이스러우며 요즘은 볼 수 없는 구조의 건물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곳은 붕괴의 위험성 때문에 지난 겨울 철거되어 다시는 그 모습을 찾아 볼 수 없다.

 이처럼 우리 전라북도는 바닷가와 산과 평지와 도시가 함께 하는 특성으로 옛적부터 남겨진 것들이 참 많다. 일본사람들이 들어와 철로를 놓고 건물을 짓고 부두를 형성 했으며 선교사들이 머물며 학교를 짓고 병원을 지었다.

 또, 양반과 왕족이 그 경치에 감탄하여 정자나 누각을 지어 많은 지역에서 특색 있고 고즈넉한 풍경을 만나볼 수 있다.

 영화 촬영을 위해 만날 수 있는 우리 지역의 옛 건물들을 이처럼 길고 긴 시간을 지나며 뛰어난 기품을 자랑한다.

 때로는 그 역사적 가치나 모습만으로도 뼈아픈 과거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타 지역에서 온 촬영팀들에게 언제나처럼 뿌듯한 자랑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들은 현대화를 이기지 못하고 또는 아픈 과거의 남겨진 물건이라는 씁쓸함을 달고 사라진다. 그런 역사적 향기를 담아내고 있는 곳들이 많이 남겨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꼭 영화를 찍기위해 그 장소가 남아있어야 한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그것은 내 욕심에 불과할 것이다. 이것들은 어떤 기억을 담고 있건 간에 우리의 역사이기에 보존되고 남아 있어야 하는 것이라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일본인들이 남겨 놓은 군산의 건물이나 부두, 집들을 보며 우리는 아픈 그 날들을 돌아오지 않게 하기 위해 혹은 우리에게 그러한 기억을 주고 간 그들을 후회하기 위해 땀흘려 노력하기를…….

 또한 그 속에서 아이들에게 말할 수 있고 견고하게 지어진 그들의 양식을 보며 우린 더 단단한 무언가를 지을 수 있는 기술 또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또 선교사들이 가르치고 아픈 곳을 달래 준 그 곳을 보며 이젠 도움 받는 나라가 아닌 주는 나라가 된 우리가 자만하지 말며, 보여주려 도우는 것이 아닌 진심으로 함께 하는 것이 ‘참’이라는 정신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이것들은 따뜻함이 가득한 우리지역의 숨결고운 모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언제나처럼 변화하는 세월 속에서 옛것은 그냥 그렇게 잊혀져버리기 십상이다. 새로운 것들이 만들어 지는 것도 또 다른 발전이기에 좋은 일이지만 필자는 부서지고 사라지는 그것들이 우리의 과거를 지울까 두렵다.

 과거에 얽매이는 삶이 그리 좋은 것은 아니지만, 과거가 있기에 우리가 있고 그 곳에서 피와 땀을 흘리며 꿈을 꾸었던 그 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도 있는 것이다. 우린 그 꿈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 곳의 땅 값이 수 백배가 올라 금값이 되었다 한들 앞으로 그 곳에서 꾸는 꿈의 값보다 비싸기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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