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 내용이 사실과 다르면 무슨 죄?
고발 내용이 사실과 다르면 무슨 죄?
  • 정혜진
  • 승인 2006.06.12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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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A는 평소 알고 지내던 B가 돈을 빌려 달라고 부탁하자 B에게 직접 돈을 인출하라며 자신의 통장 및 인장을 빌려주었다. 그런데 B가 지급약속을 어기자 괘씸한 생각에 경찰에다 B가 A의 통장 및 인장을 훔쳐 예금을 편취하였다는 내용의 진정서(고소장)를 제출하였다. 이에 수사기관에서 B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였고, A는 증인으로 법정에서 선서를 하고 같은 취지의 증언을 하였다. 그런데 조사 결과 B가 A소유 통장과 인장을 훔친 것이 아니라 A가 스스로 건네 준 것이라는 것이 밝혀졌는바, 이 경우 A에게 어떤 죄가 성립되는가.


A= 통상 억울한 일을 당한 경우 피해자로서 수사기관에 그러한 사실을 고발하거나 진정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고발내용이 사실이라면 문제가 없지만 사실과 다른 경우라면 문제가 될 수 있다. 통상 사실을 잘못 이해했거나 법률 적용을 잘못한 경우에는 별 문제가 없지만 사실이 아님을 잘 알면서도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등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등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경우 무고죄로 처벌받게 된다.(형법 제156조) 또한 법정에서 증인으로 선서하고 증언하는 경우 자신의 기억에 반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허위의 진술을 한 경우 위증죄로 처벌받게 된다.(형법 제152조) 무고죄나 위증죄는 수사력 낭비, 법정모독, 피해자에게 물질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등 큰 폐해를 가져오는 것으로 그 처벌이 가볍지 않다. 특히 상습적이거나 상대방을 모해할 목적으로 그러한 죄를 저지른 경우 그 처벌은 더욱 중해진다. 위 사안의 경우 B가 A에게 갚을 생각도 없이 돈을 빌린 경우 B에게 사기죄가 성립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통장과 인장을 절취하지도 않았는데 A가 사실과 다르게 경찰에 고소하고, 그러한 취지의 증언을 하였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하여 A는 무고죄 및 위증죄로 형사상 처벌을 받게 될 것이다. 수사대상의 상당수가 고소·고발임에 비추어 볼 때, 우리나라의 고소·고발 건수는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많은 것이 사실이다. 물론 억울한 일을 당했으면 국가기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민사상 청구를 관철하기 위하여 수사기관을 압박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은 자제하여야 한다. 그로 인해 국가기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에게 가야할 인력과 재정이 엉뚱한 곳에 낭비될 뿐 아니라 자칫하면 무고죄 등으로 형사처벌을 받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형사고소, 법정에서의 증언 등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법률구조공단 전주지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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