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중의 꽃으로서 또는 꽃의 여왕으로서 장미는 그 선호도에 있어서 동양보다는 서양쪽이다. 서양에서는 장미꽃을 빼놓은 대화는 "신사의 대화"가 아니라는 말도 한다. 장미꽃을 빼고 서양문화를 말하는 것은 동양문화에서 달을 빼고 이테백(李太白)이를 말하는 것과 같다는 말도 한다. 그러나 그토록 서양사람들이 좋아하는 장미는 그 실, 원산지가 중국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중국에서는 꽃중의 꽃으로 "모란"으로 불리는 목단(牧丹)을 꼽기도 한다.
▼우리에게도 장미에 대한 고사가 전해진다. 신라 때 설총(薛聰)이 신무왕(神武王)께 장미꽃의 속성을 아뢴 얘기다. 이를 설총의 "화중계(花中戒)의 풍간(諷諫)"이라 한다. 예쁜 장미에 가시가 많다는 것과 예쁜 장미일 수록 병에 약하다는 것을 장미에 빗대 설총이 신무왕에게 세속의 이치를 풍자적으로 일렀다는 화중계의 풍간이다.
▼우리에게도 장미에 대한 매우 좋지않은 비유가 있다. 6,25전쟁과 자유당 독재 때 한국의 어수선한 정쟁을 취재한 영국 기자가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찾는 것은 쓰레시통에서 장미꽃 찾기보다 어렵다"고 한 대목이다. 자유당 때 "사사오입(四捨五入) 개헌과 그 치하의 혹독한 독재를 본 영국기자의 절망감이 이런 표현을 낳았을 것이다.
▼그러나 세월은 흘러 쓰레기통에서 장미찾기 보다 어렵다던 한국의 민주주의는 이제 하늘 높은지 모르고 오히려방만의 민주주의로 화하고 있다. 국가 공권력이 민주시민이라는 이름의 단체들이 휘두르는 몽둥이와 쇠파이프로 맞서고 있다. 이제 영국의 그 기자는 한국의 민주주의를 더 염려 안해도 좋다. 담벼락에 무심히 걸쳐진 6월의 빨간 장미꽃 한송이에 얽힌 상념을 적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