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양극화와 부자들의 월드컵
스포츠 양극화와 부자들의 월드컵
  • 김진
  • 승인 2006.06.20 1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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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간지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는“4년마다 열려 몇 주간 계속되며 전쟁과 가난과 계층을 초월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는 스포츠 이벤트는?”이란 질문을 던졌다. 이 질문에 ‘올림픽'이라고 답한다면 그는 미국인이고, 그 외 모든 지구촌 사람들은 월드컵임을 안다고 했다. 하지만 진짜 월드컵이 가난과 전쟁과 계층을 초월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독일 뮌헨에 위치하고 있는 <알리안츠 아레나>의 하루 사용료는 약7천3백만원이다. 하지만 독일월드컵 주경기장의 사용료로 오해하면 안 된다. 단지 경기장의 명칭을 기업이 마음대로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권리의 사용료일 뿐이다. 경기장의 건축비로 무려 3억4천만 유로(약 4천억 원)라는 엄청난 공사비가 들어갔는데, 독일의 세계적인 보험회사 알리안츠가 지멘스, 베엠베(BMW) 등을 제치고 경기장 건설 스폰서로 선정되어 향후 15년간 경기장 명칭의 소유권을 보유하게 된 것이다. 

*돈 돈 돈잔치

 제프 블라터 FIFA회장이 월드컵 기간동안 묵는 호텔 방값은 하룻밤에 1830만원이다. 이 방은 127평에 달하고, 투숙객이 읽을 신문을 다림질 해주는 집사까지 대기한다고 하니 안 봐도 알만한 수준 일게다. 연봉만 해도 25억원에 달하는 블라터 회장은 독일을 2대의 전용제트기로 다니지만 자동차만큼은 현대자동차가 제공하는 에쿠스를 타고 다닌다. 말할 것 없이 공식후원사이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는 2002월드컵의 공식후원사가 되기 위해 3천5백만 달러의 후원금을 투자하여 약6조2천억의 홍보효과를 보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이번 2006월드컵에도 공식후원금 수백억원을 포함해 약 1천억원의 월드컵마케팅비를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이로 인한 예상홍보효과가 9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하니 기대가 크다. 또한 참가국 32개국 대표선수단의 버스 양면과 앞 유리창 상단, 그리고 천장에 까지 현! 대차 로고를 붙이고 다니니 우리선수단과 응원단의 사기는 올라갈 것이고 상대적으로 토고, 프랑스, 스위스나 일본 등의 선수단은 유쾌할 리 없는 일 일게다. 

* 스포츠의 양극화

 축구에서도 양극화는 뚜렷이 나타난다. 런던 소재의 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월드컵 본선진출국들의 순 경제효과는 무려 130억파운드(약 2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축구에 거의 미쳐있는 남미의 경우에는 경제가 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축구를 보기 위한 결근 등으로 발생하는 생산성 악화가 추가 소비로 인한 효과 보다 클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2006년 월드컵의 주최국인 독일 상무부는 월드컵으로 인해 6만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국민소득이 0.3%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월드컵 효과에 대한 의구심 역시 만만치 않다. 머빈 킹 영국은행 총재는 최근 월드컵 효과는 소비의 시기 및 패턴의 문제일 뿐, 장기적인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사람들이 연중 소비를 앞당겨 쓰거나 이후에 다른 소비를 줄이기 때문에 그 효과가 짧다는 것! 이다.

 실례로 1998년 월드컵의 주최국으로 우승을 차지한 프랑스의 내수 소비는 월드컵 준비단계에서는 급증세를 탔지만 정작 월드컵 기간동안에는 오히려 0.8% 떨어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러한 선진국들의 돈 잔치에 비해 아프리카 우간다 정부는 독일월드컵 시청으로 전력 사용량이 폭주하자 ‘이렇게 하면 월드컵을 볼 수 있다’는 제목으로‘샤워는 시합 전이나 후에 할 것’ ‘시합 중에는 방안의 전등을 끄고, 물은 미리 끓여서 보온병에 보관할 것’ 등의 에너지 절약 지침을 내놨다. 수도 캄팔라 등 대부분 도시가 이틀에 하루 꼴로 전기가 공급될 정도로 극심한 전력난에 시달리고 있는데, 독일월드컵 TV시청으로 인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에 반해 선수한명의 몸값이 수백억 원대를 구가하면서도 이름값조차 못하고 있는 프랑스의 아트샤커를 빗대어 아트만 있고, 샤커는 없다고들 한다. 축구는 분명 대중스포츠지만 FIFA에는 대중은 없는 것 같다. 대중의 자리는 부자들로 채워졌고, 월드컵은 흥행과 선수들의 몸값 매기기의 장이 되어버린 듯하다. 스포츠와 돈이 한 몸처럼 돌아간다는 말은 이젠 더 이상 새삼스런 얘기가 아니다.

<경희대학교 무역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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