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애수의 쌍
우애수의 쌍
  • 김인수
  • 승인 2006.06.22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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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있을까? 우리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는 수많은 번호, 예를 들어 전화 번호, 상품 번호, 도서 번호, 자동차 번호, 우편 번호, 아파트 번호, 전철과 도로 번호, 계좌 번호, 신용카드 번호, 비밀 번호, 주민등록 번호, 수험 번호, 학번, 군번 등은 우리가 수에 파묻혀 살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시간, 거리, 속도, 넓이, 부피, 무게 등과 같이 실생활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는 개념들도 수를 이용하지 않고는 도무지 설명할 방법이 없을 것처럼 보인다.

 암스테르담에 살고 있는 수학자 릴레 교수는 임의로 정한 한계까지의 우애수의 모든 쌍을 계산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는 이 새로운 방법으로 2000년 이상 찾으려고 노력했던 100억보다 작은 우애수의 1,427쌍의 목록을 작성하여 Mathematics of Computation 47권 175호에 실었다. 그는 이 목록을 계산하는데 Cyber 750 컴퓨터를 1,000시간 이상 작동시켰으며, 그가 발견한 우애수의 쌍 중 800개 이상은 그 동안 누구도 찾지 못한 것들이었다.

 우애수의 쌍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이 개념은 적어도 기원전 500년까지 올라가며, 고대 그리스의 피타고라스학파에서 연구되었다. 그 옛날 가장 작은 우애수의 쌍인 220과 284를 찾아냈던 것이다. 220의 진 약수(자신을 제외한 약수)를 모두 나열하면 1, 2, 4, 5, 10, 11, 20, 22, 44, 55, 110등 11개이다.

 이것들을 모두 더하면 284가 된다. 이제 284의 진 약수를 모두 더하자. 284의 진 약수는 1, 2, 4, 71, 142 이고 그 합은 220이 된다. 이것이 바로 우애수의 쌍이 뜻하는 것이다. 즉, 두 수에서 진 약수의 합이 다른 수와 같을 때 그 두 수를 우애수의 쌍이라고 부른다. 이런 우애수의 개념은 완전수의 개념에서 파생되었다. 완전수란 6 또는 28과 같이 진 약수의 합이 자신과 똑같은 수이다.

 이와 같이 신비한 수의 힘을 빌려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우애수의 쌍이 적힌 부적을 나눠 가진 사람 사이에는 완전한 우정이 보장된다는 미신이 생겼다. 이런 부적을 나누어 가진 한 사람이 지구의 반대편에 가 있더라도 그리고 바늘에 찔리는 정도의 가벼운 상처를 입더라도 다른 사람은 그 사실을 알게 되고 아픔을 함께 느낀다고 생각했다.

 수세기에 걸쳐 저명한 수학자들은 새로운 우애수의 쌍을 찾으려는 노력을 거듭했다. 물론 그것이 과학에 어떤 도움을 주기보다는 일종의 호기심이 발동했고, 수학자들의 끼가 발동했기 때문일 것이다.

 스위스의 유명한 수학자 오일러는 1750년에 새로운 우애수 60쌍을 찾았는데 이상하게도 두 번째로 작은 우애수의 쌍인 1,184와 1,210을 아무도 찾아내지 못하였다. 그런데 이 두 번째로 작은 우애수의 쌍은 1866년이 되어서야 16세의 어린 소년 파가니니에 의해서 발견된다.

 그 후 수학자들은 우애수의 쌍을 체계적으로 찾아내는 다양한 방법을 찾아냈지만, 최근에 발견된 릴레 교수의 결과만이 모든 가능한 쌍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우애수의 쌍이 한 없이 이어질지 아니면 가장 큰 우애수의 쌍이 존재할지는 아직도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무수히 많은 우애수의 쌍이 존재한다고 추측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그 존재성을 증명할 방법도 나오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개인용 컴퓨터를 이용하여 주어진 수의 진 약수를 나열하고 더하는 루틴을 만들어 우애수의 쌍을 찾으려는 방법도 흥미롭지가 않다. 왜냐하면, 이런 쌍들은 매우 드물기 때문에 결국은 새로운 수학적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방법을 찾는 것들이 바로 수학의 발전을 가져오게 되는 직접적인 동기가 되며 그런 면에서 상당한 의미가 부여된다. 호기심을 가지고 가다보면 예상치도 않은 큰 보물을 얻을 수 도 있기 때문도 이런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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