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세종로와 이순신 장군 동상
23. 세종로와 이순신 장군 동상
  • 이원희
  • 승인 2006.07.02 1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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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복궁을 중심으로 남쪽으로 곧게 뻗은 오륙백 미터의 거리를 세종로라 한다. 조선시대 때는 육조거리라 불렀다. 중앙관청인 이조, 호조, 예조, 병조, 형조, 공조 등 조정의 각종 기관이 도로를 중심으로 있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그 거리는 수도 서울의 심장부에 해당된다. 나랏일을 도모하는 궁궐과 지금의 서울시청에 해당하는 한성부가 있었다. 조정의 각종 주요 부서와 부속 건물들이 있어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드는 거리가 바로 세종로다. 인파로 들끓기는 현재도 마찬가지다. 세종로에서 동으로 뻗은 길이 종로다. 종로는 내노라 하는 인사들이 통행하는 거리였다. 반면에 일반 서민들은 피마골로 다녔다. 서민과 상전을 모시는 하인들은 높으신 분들의 행차를 피해 종로 옆에 난 좁은 뒷길 차지였다. 그래서 그런지 피마골은 지금도 막걸리집이 즐비하다. 예나 지금이나 피마골은 서민의 거리다.


 세종로는 세종대왕을 떠올리게 한다. 그런데 세종로라는 명칭은 석연치가 않다. 세종대왕과 관련이 별반 없기 때문이다. 굳이 아전인수격으로 해명한다면 세종문화회관이 육중하게 버티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사설 문화회관의 이름을 따서 거리의 이름을 붙일 리 만무하다. 백번 생각해 본다면, 일제 이후 세종로 출발점에 중앙청이 있어, 대통령이 조선의 성군인 세종의 치적을 거울 삼으라는 의미로 이름을 그렇게 붙일 법하다. 그러나 이 역시 설득력이 없다. 거리 이름은 그 장소와 관련된 역사적, 사회적 의미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거리는 문화가 숨 쉬는 역사의 얼굴이어야 한다. 그런데 세종로는 세종대왕이 없다. 프로이트는 없고 프로이트주의만 있듯이, 세종로에는 조선의 성군 세종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고 공허한 이름만 남는 역사적 빈 공간이 되어버렸다.


 세종로를 비껴 서쪽으로 약간 틀면 율곡로가, 남쪽으로는 사직로가 있다. 율곡로는 역사적인 인물을, 사직로는 옛날에 사직단이 있어서 거리 이름을 정했다. 이 경우도 일률적인 잣대가 없는 듯하다. 역사적인 인물을 거리의 이름으로 삼는 데는 그래야만 하는 필연적 이유가 있어야 한다. 숭상해야 할 역사적 인물이라 해서 특별한 연고도 없는 데다 이름을 갖다 붙이는 것은 정합성의 논리에서 어긋난다.


 세종로의 상징은 광화문과 이순신 장군 동상이다. 장군의 동상이 기왕 광화문 네거리에 서 있어야 한다면, 차라리 ‘이순신의 거리’로 이름을 바꾸는 게 타당하지 않을까. 서울의 대표적인 거리에 관련성이 없는 이름을 끌어오는 건 문화정신을 몰각한 행위다. 거리 이름 하나를 정하는 데도 과거의 현재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면밀한 연구가 있어야 한다. 세계는 한 권의 책으로 존재한다고 했던가. 일상적으로 걷는 거리에서 옛 역사의 광휘로운 힘과 지혜를 읽어낼 수 있도록 도시가 책처럼 읽고 음미되는 공간이 되었으면 싶다. 세종로의 의미를 묻는 외국인들과 세종로에서 세종대왕을 찾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말해줘야 할 지 난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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