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전북에 넣기 1
‘한반도’ 전북에 넣기 1
  • 이세리
  • 승인 2006.07.06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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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기분이 있다. 손에 쥐는 순간 욕심이 나고야 마는, 내 것을 만들지 못하는 순간 숨이 멈어갈 듯한…….

 종종의 그것은 사랑이기도 하고, 사람이기도 하고, 물건 하나거나 꿈이기도 하고, 내겐 잘 짜여진 시나리오 한 편이기도 하다.

 아직도 영화 ‘한반도’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의 그 느낌을 잊을 수가 없다.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앞장을 빨리빨리 넘기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한꺼번에 여러 권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편견을 가진다는 건 좀 우습지만 그렇지 않으려 해도 이상하게 한번 더 읽어지는 정이 가는 이야기들이 있다. 누군가의 말대로 그 감독이 어떤 사람 이어서 특별히 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출연해서는 아니다. 다만 때때로의 악착같은 느낌이 살아나는 것이다.

 2005년 가을. ‘한반도’를 처음 만났다. 아직 더운 공기가 다 사라지지 않았던 날, 전주 경기전 앞에서 그들을 만났다. 아직 아무것도 모른다. 다만 한옥과 경기전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부다.

 2005년 가을 두 번째. 다시 경기전 앞에서 그들을 만났다. 수없이 이야기로만 들어오던 강우석 감독을 만났다. 편견으로 인한 두려움이 앞선다. 너무 빨리 걷는다. 따라 잡을 수가 없다. 그들은 그 걸음에 익숙하다. 옷자락을 붙잡고 “천천히 좀 가주세요”라고 말하고 싶다. 그렇게 하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라고 고민 할때 쯤 뒤를 확 돌아보던 그 눈빛이 강렬하다.

 2005년 겨울. 어떻게 해야 ‘한반도’에 전주를 담을까 조바심이 난다. 이미 그림을 그리던 전주 경기전은 부안영상테마파크로 결정이 났다. 이젠 섭외의 어려움 생각할 때가 아니다. 어디든 담아야 한다. 한참을 여기저기 뒤적이다가 생각 난 곳이 새로 지은 전북도청사. 극 중 어느곳에 건 꼭 쓰일 수 있을 것 같다. 메신저를 통해 제작부장에게 사진을 한 장 넘기니 “너무 멀어요. 이거 찍자고 거기까지 갈 순 없잖아요”라는 말이 돌아온다. 잠시 다른 기회를 노린다.

 2005년 겨울 두번째. 기회가 생겼다. 이번엔 도로다. 시나리오를 읽으며 어떻게 찍으려고 하는지 궁금하게 했던 카체이싱. 이젠 어려워도 찾아야 한다. 도로 이야기 도중 다시한번 다른 제작부장을 통해 전북도청 사진을 밀어 넣는다. 의외로 관심이 있는 말투다. 잡아야 한다. 그리고 도로를 찾아 나선다. 생각보다 어렵다. 하지만 여기만 넘으면 된다.

 2005년 겨울 세번째. 다시 강우석감독을 만났다. 전북도청사를 보여주며 그들의 눈빛을 살핀다. 두 번째 난관에 맞딱뜨린다. 수장의 방문을 열어야 한다. 국정원장실을 촬영을 위한 방이 필요하다. 만나고 만나 설득에 설득을 통해 전라북도 정무부지사의 방문을 연다. 처음으로 촬영을 위해 공개되는 수장의 방문. 직원들도 긴장한다. 하지만 결과는 100%만족이다.

 2006년 1월. 긴장되는 촬영의 시작이다. 회의실, 부지사실, 로비, 사무실 4개실. 아마 다시는 이런 섭외해보지 못할 듯하다. 준비부터 촬영까지 4일간의 일정. ‘한반도’의 제작진이나 도청 임직원 모두의 편에 서야한다. 도지사가 이용하는 길목에 조명기가 올라선다. 결국 퇴근길 도지사의 발목을 붙잡는다. 재미있는 표정으로 웃고 지나가시니 다행이다. 다음날 복분자 10박스를 하사하시니 이 역시 처음 있는 재미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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