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차별과 단선상향
학력차별과 단선상향
  • 김진
  • 승인 2006.07.19 14: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국에서는 수위나 배달원, 집사 등의 부자(父子)세습률이 70%에 이른다고 한다. 차별의 벽이 두텁기도 하지만 스스로들 그 벽을 넘어서려고 하지도 않는다는 점이 우리와는 사뭇 다른 정서를 가지고 있다고 하겠다. 우리사회는 오랜 시간동안 신분상승을 꿈꾸며 살아왔다. 5급 공무원의 관문인 행정·외무고시나 사법시험을 통해 신분상승을 도모하기도 하고, 대학 진학의 선택기준도 개인의 적성이나 전문적 지식에 대한 선택보다는 일류대학을 졸업하고 좋은 일자리를 가져야 한다는 고학력 지향과 무조건적 상향의식이 우선 된다는 점이 그에 대한 단적인 반증이 될 것이다. 이러한 일은 최근의 일만이 아니라 신라시대의 독서삼품과나 조선시대의 과거제도 때부터 이어오는 신분상승에 대한 그릇된 욕구이기는 하지만, 현재도 기업이나 국가조직이 종적인 서열을 정하는 차등의 수단으로 학력을 중시하기 때문에 좀처럼 되잡지 못하는 것이다.

 학력차별

 OECD국가들의 많은 젊은이들은 자기나라의 가장 시급한 문제점으로 인종차별과 실업을 꼽았다고 한다. 한데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은 학력에 따른 차별과, 학연으로 이어지는 파벌에 가장 큰 불만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 그 심각성을 따져 보아야 할 일이다. 특정대학이나 인기학과에 입학하기 위하여 인생중의 10代를 모두 걸어야 하는 우리의 입시교육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가! 개인의 인격적 성장이나 차별화된 능력개발 대신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에 편승한 입시교육이 주를 이루는 궁극적인 이유는 국가조직을 비롯한 한국의 노동시장이 고학력, 또는 특정 학벌을 채용의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 또는 전국의 학과를 수직적으로 서열화 시킨 학벌은, 같은 학벌들끼리는 맹목적인 결속을 낳고 학벌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넘지 못할 단절의 벽을 쌓아버리는 것이다. 이러한 <학벌이기주의>는 사회와 조직 내에서 힘을 독점하고, 그 힘을 자신들만을 위하여 사용함으로써 사회와 조직에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을 결과적으로 본다면 사회와 노동시장에서의 학력차별이 우리의 교육시스템을 흩트리고 있다고 보아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단선상향

 의사와 교장선생님 중에 누가 더 높을까? 기업가와 국회의원은 어떨까? 참으로 우매한 물음들이다. 어느 조직이든 종적인 서열은 분명하게 존재하지만 어찌 직능과 기능이 다른 조직을 비교하여 그 높낮이를 정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럴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더 높고, 큰 자리만을 찾아가는 단선상향의식이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고, 이러한 인식이 일부정치인들의 의식에도 파고들어 지방자치의 본질마저 훼손시키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지방자치는 주민자치이다.

 주민자치의 근본적인 뿌리는 지방의회이다. 그러한 지방의회가 더 높고, 힘 있는 자리로 나아가고자 하는 정치인들의 디딤돌로 전락한 듯 하여 안타까운 것이다. 기초의원을 하고나면 도의원을 꿈꾸고, 도의원을 거치면 단체장을 하려하고, 단체장을 마치면 도지사나 국회의원을 꿈꾼다. 이러한 현상은 5·31지방선거의 곳곳에서 나타났고, 이는 선거의 결과를 통해서도 확인 할 수 있는 일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 역시 ‘당연한 얘기인데 뭘 그래?’ 하고 여길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게 꼭 당연한 얘기일수 만은 없는 일이다. 기초의회나 도의회가 그들의 인지도 확산이나 정치경력을 쌓는 연습의 장으로 전락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출세하고 성공하는 것이 왜 나쁜 일이겠는가! 다만 세인들이 인정하는 출세라인에 집중하여 개개인이 가지는 개성이나 자질, 도덕적 소양마저도 저버리고 외줄에 매달리는 것이 올바른 사회구조 형성에 상당한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를 구조적으로 볼 때, 사회적 지위 사이에 게재된 권력이나 위신, 부에 대한 불평 등이 많은 사람들을 출세욕에 들뜨게 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제 우리사회도 다양성과 전문성, 가치관이나 적성, 그리고 지도력 등 많은 것을 살피는 구조적 개혁이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에 맞추어 개개인도 단선화 되어 있는 상향선을 늘리고, 다양하게 넓히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경희대 무역연 연구위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